아주경제 라이프팀 기자 = “반려견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반려견을 들이는 것은 삼가주세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들은 말할 수 없는 큰 상처로 남거든요.”
서울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주주동물종합병원 이승훈 원장의 말이다. 2002년도 처음 문을 연 이곳에는 매달 4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접수된다고 한다. 단순히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들이 아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후 길을 헤매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병들어 자연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이 대부분이다.
이어 “만일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면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면서 “유기견도 사람과 똑같은 고통과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부터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4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 80회에서는 ‘한 해 6만 마리, 유기견의 운명은?’이라는 주제로 도로에 버려지는 유기견에 대해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달리는 차에서 유기견이 버려지는 모습과 갈 곳을 잃어 안락사를 당해야만 하는 장면이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그는 “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은 유기견은 열흘가량 센터에서 보호하다 안락사 시키는 것이 관행”이라며 “안락사를 앞둔 강아지들 대부분 마치 죽음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눈에 눈물이 맺혀있거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안락사를 집행할 때에는 강아지에게 마취제를 주사한 후 근육이완제(근육을 마비시키는 약물)를 놓아 고통을 최대한 줄여준다. 그러나 일부 보호소에서는 비용 문제로 마취 절차 없이 근육이완제만 주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근육이완제를 주입하면 보통 10초~1분 동안 온몸의 근육이 풀리면서 숨이 끊어지게 된다. 그런데 마취절차 없이 바로 근육이완제를 놓게 되면 강아지들은 몸이 불에 타는 것처럼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다 숨이 끊어진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주인만 기다리는 강아지들의 슬픈 눈빛을 본다면 반려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매년 증가하는 유기견 수에 비해 보호시설 턱없이 부족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버려지는 유기견의 수는 약 10만 마리, 그 중 입양에 성공하는 수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각 지역에 있는 위탁보호소로 보내졌다가 열흘 만에 안락사 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최근 유기견 입양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입양하는 도움의 손길이 늘었다는 것이다. ‘유행사(유기견 행복찾는 사람들)’가 그중 한 곳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이태원에서 무료입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승훈 원장은 “버려진 유기견들을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시키는 것은 물론 캠페인을 통해 잃어버린 강아지를 주인에게 찾아주기도 한다”며 “입양을 원할 경우에도 몇 가지 조건을 두고 입양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또 다시 버려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현재 유행사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거리캠페인에 앞서 입양될 유기견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을 통해 자신이 입양할 동물을 직접 확인한 후 입양절차를 거치게 된다.
또한 입양 후 6개월 동안은 반려견의 근황과 후기, 사진 등을 정기적으로 올려야 하며, 소식이 올라오지 않을 경우 주인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직접 집으로 찾아가 강아지를 다시 데려오게 된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들은 주인에게 버려진 후 겁에 질려 극도의 공포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마지막으로 주인과 헤어진 자리를 맴 돌거나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등의 행동장애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다친 유기견을 치료할 때에는 그냥 주사만 놓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스킨십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한 번이라도 더 만져주고,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주면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해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유기견이 주인에게 버려졌다고는 볼 수 없다”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반려동물등록제는 필수이며, 별도로 연락처와 강아지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