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종영한 ‘트라이앵글’에서 삼류인생을 사는 양아치에서 카지노 대표로 성장하는 허영달을 연기한 김재중을 서울 신사동 카페에서 만났다. 바로 종영일이어서 그런지 아쉬우면서도 개운하다는 소감으로 첫 인사를 건넸다.
“주연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단지 연기를 잘한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주연배우가 망가지면 드라마 전체가 무너진다는 걸 알았어요. 연기 외에도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우리나라 드라마가 좋은 환경에서 찍지 못하는 건 모두 아시잖아요. 그 상황에서 제가 힘들다고 찡그리고 있으면 드라마가 구겨지더라고요. 힘들어도 웃고 에너지를 내며 다같이 힘을 냈습니다.”
김재중에게는 4박5일, 100여 시간 동안 총 9시간을 쪼개 자는 강행군 스케줄보다 주연배우라는 책임감이 더 힘들었다. “이 배우랑 또 해 보고 싶다”던 스태프의 말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냈다. 지난해 1월 솔로 1집을 발매했을 때보다 한층 성숙한 내음을 풍긴다 했더니 시간의 자연 흐름이 아닌 깊이 있는 경험이 가져온 성장이었다.
“건달에서 본부장으로 끝난 캐릭터지만(웃음) 그래도 허영달의 반항기가 좋았어요. 만약 제가 양반 역할을 하면 예를 갖추는 행동을 해야 하지만 제가 백정이나 천민으로 나오면 기분이 나빠 침을 뱉건 물건을 발로 차든 상관없잖아요. 다만 아무리 연기라 해도 안방극장이다 보니 욕에서 만큼은 자유롭지 못했어요. 양아치인데 욕을 할 수가 없었아요, 하하.”
리허설 때는 욕도 내질렀다. 연기에 집중하며, 사실감 있는 양아치를 표현하려 애쓰면서 ‘이런 기분이겠구나’ 곱씹었다.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욕만 걷어내고 나머지를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가끔 입 모양이 절로 ‘쌍시옷’을 그리고 있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김재중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드라마가 될 것 같다며 가수 출신답게 노래에 비유해 설명했다.
“정말 좋은 곡이지만 제가 제 파트를 못 불렀으면 그 노래를 듣기 싫거든요. 반대로 노래가 별로라도 제가 잘 불렀으면 그 노래는 계속 듣게 되고요. 작품도 비슷한 것 같아요. 분명 제가 열심히 했고 보람을 느낀 과정이 있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런 면에서 ‘트라이앵글’은 함께한 사람들이 좋아서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과거 포털사이트에서 ‘트라이앵글’을 검색하면 실제 악기가, 허영달을 검색하면 ‘왕가네 식구들’의 강예빈이 등장했지만 이제는 김재중이 상단에 자리한다. 모든 걸 대변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건 사실이다. 허영달에게 어떻게 다가섰을까.
“일부러 연기학원에 다니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허영달 이라는 캐릭터를 입고 싶었거든요. 연기학원에 가서 영달이를 분석하면 ‘얘는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것 같았어요. 때로는 비겁하지만 또 여리게, 사람이란 게 다 복잡하잖아요.”
배우로서 중요한 고비를 등정한 김재중에게 배우로서의 미래를 물어봤다.
“배우는 죽기 전까지 할 수 있잖아요. 지금 걸음마 단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보고 싶어요. 연기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 보고 싶고요. 비난을 감수할 의향도 있어요. 그렇다고 비난 받을 짓을 한다는 건 아니에요. 비난 받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쓴소리를 들었을 때 겸허히 받아드리고 그 과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겁니다.”
연기의 깊이를 더하기 시작한 김재중은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연극 출신 배우들이 드라마와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겨 호평 받는 현실에서, 자신은 역으로 연극무대에서 기초를 닦고 싶다는 얘기다. 배우로서 당연한 욕심이자 계획이다. 먼저 8월에는 가수 김재중을 만끽하자. 3년 만에 발매한 JYJ 정규 앨범 ‘저스트 어스(JUST US)’가 인기 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