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여자골프가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LPGA투어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8개국 중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KB금융그룹)를 비롯해 미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간판급 선수로 팀을 꾸린 한국은 조별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이번 대회 1번 시드이자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미국을 꺾고 5개국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 역전 우승까지 기대했다.
올해 미LPGA투어에서 박인비가 유일하게 1승을 거둔 한국은 국가대항전에서 자존심을 되찾으려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여자골프계가 특정 국가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고 실력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네 경기를 석권해 우승한 스페인은 아사하라 무뇨스가 세계랭킹 20위에 올라있을 뿐 시간다, 베아트리즈 레카리, 벨렌 모조 등 3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태국도 5위에 그쳤지만 포나농 푸틀럼, 아리야·모리야 주타누가른의 경기력은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았다.
한국은 박인비 최나연 외에 김인경(하나금융그룹) 유소연(하나금융그룹) 등 미LPGA투어에서만 22승을 합작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하지만 일본 스웨덴 호주를 상대로 벌인 조별리그에서 3승3패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종일 4개의 싱글 매치에서도 2승2패를 거두는데 그쳤다.
박인비와 더불어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한 유소연은 “개인전보다 더 큰 압박감을 안고 플레이했다”며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내가 메이저 대회같은 곳에서 겪었던 것보다 더 큰 압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1승3패를 한 최나연은 “개인으로 골프를 하다가 팀으로서 나라를 위해서 많은 팬들을 앞에 두고 경기를 하니까 부담이 되는 면이 있었다”며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면 이번 대회가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팀 플레이나 매치플레이 경험이 적은 것도 한국이 좋은 성적을 못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매치플레이는 단 한 대회가 있으나 주니어 시절에는 매치플레이나 팀플레이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년후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프는 개인전만 치러진다. 이번 대회와는 경기 방식이 다르다. 다만, 선수는 개인적으로 경기를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 나가고, 메달집계도 국가별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와같은 국가대항전의 느낌은 배어있을 듯하다.
1번 시드의 미국이 조별리그 후 탈락했듯이, 이번 대회에서도 ‘골프는 마지막 홀에서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한국여자골프가 미국LPGA투어에서 ‘강호’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나, 그 자리에 안주했다가는 ‘후발 주자’들에게 금세 추월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