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2002년 이후 13년 만에 또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아르헨티나 정부와 미국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채권단 측 변호인은 "전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협상에서 아무 진전이 없었다"면서 "디폴트를 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오는 30일까지 미국 헤지펀드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의 계열사 NML 캐피털에 15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시한일까지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 아르헨티나는 13년 만에 두 번째로 디폴트를 맞게된다.
채무상환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이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NML 캐피털의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음주에 디폴트를 선택할 것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아르헨티나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을 종전 30%에서 50%로 상향조정한 상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헤지펀드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며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앞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채권자들과의 어떠한 타협안에도 서명하지 않겠다"면서 "앞으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했다.
이에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47%까지 오르는 등 지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업체 폴리아르키아(Poliarquia)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47%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채무 위기에 단호한 자세를 보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1%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25%였다.
이와 함께 외국 헤지펀드가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위기로 몰고간다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24일에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수 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외국 헤지펀들를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