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양보는 없다’고 버티던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서울 동작을) 후보가 24일 전격 사퇴했다.
기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직을 사퇴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준엄한 경고와 서울의 변화로 시작된 전국의 변화는 한 개인이 아닌 모든 분과 함께해야 한다”고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또한 기 후보의 희생으로 정의당이 출마한 6곳에서 양당 간 단일화 작업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여 야권 연대가 7·30 재·보선 최대 변수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기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 선언은 그 측근들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극비리 속에서 진행됐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당 대 당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했을 당시만 해도 기동민 캠프 내부는 “정치적 담판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가 오후 12시 30분경 비공개 회동 이후 기류의 변화가 감지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동작을 전략공천을 밀어붙인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기 후보를 설득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전략가인 김 대표가 기 후보에게 사퇴의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 후보는 이와 관련,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기동민 캠프 핵심 관계자도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기 후보를 설득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 후보의 사퇴는 본인의 충정”이라고 밝혔다.
기 후보의 입장 선회는 야권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넘긴 데 따른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 후보와 노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단일화 룰을 놓고 당초 고수한 ‘정치적 담판’과 ‘여론조사’ 방식에서 단 한 발도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물리적 시간 상의 한계로 속도전으로 전개해도 모자랄 판에 양측이 디테일 전쟁에 묶이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제2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18대 대선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를 주장하며 정치적 담판을 주장한 민주통합당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와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인 여론조사로 맞선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디테일 싸움을 빗댄 것이다.
이들은 당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며 단일화 룰 전쟁을 불사, 결국 ‘안철수 자진 사퇴’로 단일화 결말을 맺었다. 그 결과는 헌정 사상 첫 과반·첫 여성 대통령의 출범.
기 후보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었다. 기 후보는 이날 사퇴 변을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GT(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인 기 후보가 김근태의 길을 밟았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기 후보의 결단으로 전패 위기에 빠졌던 야권은 기사회생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와 관련, “기 후보의 사퇴로 동작을 지역이 나경원 후보와 노회찬 후보의 양자 구도로 됐다”면서도 “다만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