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영토분쟁 및 과거사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 양국정상의 팽팽한 '외교전'이 유럽에 이어 중남미 국가에서도 재현될 전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중남미 국가 방문에 나선 가운데 오는 25일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른다.
시 주석의 이번 중남미 국가 순방은 자금력을 앞세워 남미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남미에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통해 미국 견제를 위한 포석을 다지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국제적 비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시 주석은 브라질에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33개국 참여) 정상들을 만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어 18일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에 75억 달러, 20일에는 베네수엘라에 4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각각 제공키로 약속했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적극적 중남미 공세에 뒤질세라 아베 총리도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 5개 국가를 순방에 나선다.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 기간 중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카리브해 14개국이 참가하는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 정상회담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브라질에서는 심해 유전 개발과 관련해 기술 제공 등의 협력안을 제안하고 특히, 농산물 수출 대국인 브라질의 철도와 항만 등 인프라 투자를 놓고 중국과 맞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칠레에서는 광산개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총리가 브라질과 멕시코 등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04년 고이즈미 총리 이후 10년만의 일로 그간 일본은 중남미 외교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왔다.
이에 아베가 이처럼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강화를 서두르는 데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비롯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밖에 일본의 안전보장이사회 진출에 대한 지지 획득을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베 총리는 중남미 방문국에서 '법의 지배', '현상변경 반대' 등을 거론하며 '중국 위협론'과 집단 자위권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중국 견제에도 나선다.
이에 앞서, 지난 3~5월 두 정상은 유럽에서도 한 차례 외교전을 치른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11일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을 방문했고, 아베 총리도 몇 주의 시간 간격을 두고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독일,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6개국을 찾았다. 당시 시 주석은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왜곡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난했고, 일본은 이에 대해 견제의 목소리를 내며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