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8일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을 선언하면서 ‘쌀 관세화’ 문제가 미니 총선인 7·30 재·보선의 핵심 변수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재·보선 초반 ‘일꾼론(새누리당)’ 대 ‘정권 심판론(범야권)’의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범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전격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가 지난 17일 전국 성인 남녀 878명(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 3.3% 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69.8%가 정부가 쌀 시장 개방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 동의를 충분히 구했다’고 답한 응답층은 18.7%에 그쳤다.
또한 쌀 시장 전면 개방과 관련해선 반대 의견이 56.3%로, 개방해야 한다(31.5%)는 의견보다 높았다.
보수가 압도하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 쌀 개방 문제 만큼은 이념을 떠나 식량 주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야권은 이날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정책을 정치 쟁점화 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총 공세를 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7·30 재·보선 경기 김포 김두관 후보의 선거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선언과 관련, “김포시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은) 농민을 지키는 정당이냐, 버리는 정당이냐, 김포 시민들이 선택해야 한다”고 김두관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뭐든지 일방 통보다. 여론에 귀 닫고 탁상행정만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 뒤 “(김포 시민들은) 농민을 지키는 후보 김두관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쌀 시장 개방 문제를 재·보선 판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통합진보당 순천·곡성 국회의원 후보 이성수 선대본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정부의 기습적 쌀 전면 개방은 지난 20년 간 이어져 온 농민 죽이기의 결정판”이라며 “쌀 시장 전면 개방으로 농업·농촌 다 죽이는 박근혜 정부 심판하자”고 쌀 시장 개방을 쟁점화 하고 나섰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부가 범 야권과 시민 사회 단체 내부에서 제기된 3자(국회·정부·농민단체) 협의체 구성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는 점이다. 범 야권이 이를 고리로 정책 연대를 넘어 선거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자 협의체 구성 요구와 관련, “지금 상황에서 또 다시 협의체를 만들거나 법을 개정하다 보면 자칫하면 앞으로 해야 하는 큰일들을 제 때 하지 못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 청사 앞에서 노숙 투쟁을 하고 있는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쌀 시장 전면 개방은 식량 주권을 팔아먹는 행위”라며 총 투쟁을 예고했다. 범 야권이 ‘부자 대 서민’ 구도의 프레임에 고삐를 죌 것이란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범 야권의 쌀 시장 프레임이 선거 전략적으로 유효한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범 야권의 지지층 결집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지난 총·대선 당시 ‘반 MB(이명박)’, ‘이명박근혜’ 프레임으로는 중도층을 포용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7·30 재·보선의 돌출 변수로 등장한 정부의 쌀 시장 개방 선언이 민심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