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텅빈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 채워 넣으려나?”

2014-07-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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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15일 FKI타워 컨피런스센터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경제계 의견 발표회’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전경련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의 대표산업인 반도체 업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과 관련해 우리 업계에서 추산해보니 3년간 1조7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정부는 기업이 말하는 것을 불신하고, 기업도 정부에 불신을 갖고 있다. 안타깝다. 이는 소통의 부재가 아닌가 싶다. 전경련에서 주장한 데로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산출과정을 공개하고 재산정 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규제 개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올바른 정책 시행을 해야 한다.”

15일 오후 FKI타워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 발표회에 참석한 이종희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제도 시행에 따른 업계 부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공동건의 참여단체 23개중 19개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지한 듯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3개 정부 관련 부처 국장급 인사들이 발표회 직전 긴급 간담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침울한 발표회 분위기를 전환시킬 만한, 뭔가 새로운 개선안이 나온 자리는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경제계 의견을 대표 발제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이 자리는 마지막으로 정부 당국에 호소하기 위함이다. 의견문 말미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표현한 건 기업의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고 부탁드리기 위한 것이다”며, “그동안 업종 대표 단체와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간담회를 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정부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고 수 차례에 걸쳐 밝혔다.

전경련 등 23개 경제단체는 의견서를 통해 내년 1월로 예정된 배출권거래제 시행시 산업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며 제도 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제도로 현재 유럽연합(EU) 28개국과 뉴질랜드, 스위스, 카자흐스탄 등 38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경제계는 특히 “배출권 거래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때문에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돼야 한다”며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뚜렷한 산정 근거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경제계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시 2015∼2017년 최대 27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배출전망치를 산정했으나 2013년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참석자 중 한명은 “비공개로 정부에 문의한 결과 2009년과 2013년 전망치가 차이가 없어 2009년 기준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경제계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가 경제지표, 에너지 설비 비중, 산업구조 등이 많이 변했음에도 2009년 산정된 배출전망치를 유지한 정부의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산업별 할당량을 결정하는 기초자료인 배출전망치가 정확히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철 철강협회 상무도 “(정부 관련 부서와 협의한 결과) 2013년 배출 전망치는 참고만 했다고 한다. 철강업계의 경우 신·증설과 개보수를 통해 늘어난 생산량만 800만t인데 이런 게 반영이 안됐다. 우리는 일본 중국과 치열한 경쟁하고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 참석자는 “전임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약속했으니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인데, 약속 때문에 우리 산업 전체가 죽어야 겠느냐. 이를 따르겠다는 것보다는 부족한 정부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에게 사실상 돈을 내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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