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선주사로부터 받은 보너스 200억원 넘어

2014-07-08 14:54
  • 글자크기 설정

상선 기준, 1983년 이후 436척 85억7000여만원 받아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고객이 어떤 물건을 샀을 때 파는 사람에게서 사은품이나 ‘덤’을 받을 때는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조선업계에도 이러한 ‘덤’ 문화가 있다. 차이점은 덤을 제공하는 당사자가 물건(선박)을 파는 조선소가 아니라 구입하는 선주들이라는 것이다. 선주사가 주문한 선박을 인도받을 때 조선소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격려금을 준다. 이는 선박 건조 대금과는 별개다.

현대중공업은 1983년 6월, 노르웨이 선주사 회그로부터 7척의 선박을 인도해 처음으로 8000만원을 받은 이후 31년간 각국 선주사들로부터 총 436척에 대해 85억7000여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양 플랜트까지 합하면 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척당 5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금액으로, 선주사는 보너스를 현금으로 준비해 명명식 행사장 석상에서 직접 조선소 임직원에게 전달한다. 수조원에 달하는 해양 플랜트의 경우 아예 완공 시기를 앞당긴 날짜만큼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선주사가 격려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납기 단축’과 ‘품질 만족’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납기가 단축되면 선주사는 그 기간만큼 배를 일찍 항로에 투입시켜 수익을 실현할 수 있고, 품질 좋은 선박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에 고객사에게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조선소 임직원들도 선주 격려금은 최고의 선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끌어올리는 당근이자 명예다. 격려금을 받는다는 것은 선주로부터 품질과 안전 등 선박 건조의 모든 과정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인정을 받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납기하는 선박의 80% 이상을 계약 일정보다 1~3달 앞당겨 인도해 격려금을 받았다. 이 돈은 회사 복지기금으로 출연해 임직원들의 후생복지와 자녀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너스 인심이 후한 나라를 살펴보면 독일이 80척으로 가장 많고, 그리스가 77척, 노르웨이가 24척 순이었다. 선주 격려금은 한국적인 ‘정(情)의 문화’에서 비롯돼 관례로 정착되고 있지만, 이에 만족치 않고 고객과의 협력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2001년 그리스 코스타마레는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 10척을 인도받자 “임직원들의 정성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30억원의 격려금 외에 5척의 선박(3억달러)을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일괄 발주했다.

2006년 엑슨모빌은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품질 약속과 함께 지속적인 거래를 요청해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독일 하팍로이드가 세월호 참사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을 위해 써달라며 2500여만원을 기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납기 단축, 품질 만족 외에도 선주사에 대한 인간적 감동과 신뢰가 오늘날 한국 조선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또 하나의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