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수출 중기, 외부 변수에 무릎 꿇나

2014-07-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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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키코사태 당시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때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감지할 수 있었지, 요즘 같아서는 하루하루 환율 자체가 언제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가 없어요"

"정부나 언론에서 중소기업은 왜 미리 환리스크 관리를 안하냐고 하지만 그나마 잘 나가는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면 그럴 여유가 없어요. 환변동보험이나 선물환에 가입돼 있는 경우는 극소수 일겁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급격한 원화절상과 유가상승 등 외부변수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수출로 살림을 꾸리는 기업들은 '수주량 급감→가동률 하락→인력감소→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되풀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곳은 91.5%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금속·철강(75.0%), 고무·화학(71.4%), 기계(68.8%), 음식료(66.7%) 등의 순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정부나 각 업체의 자구책 마련도 쉽지 않다.

지난 5월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 결과, 수출 중소기업들이 예상하는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당 1038.1원, 적정 환율은 1086.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6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10원선이 붕괴됐다.

대기업의 수출 확대와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며 국내로 유입된 외화는 국가 차원의 재무건전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오히려 원화 환율 방어에는 독이 됐다. 그 사이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과 같은 흑자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화강세 기조 역시 유지될 전망이다. 자연히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넉넉치 않은 자금사정을 감안하면 수출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되면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인천에서 기계절삭 부품을 생산, 수출하는 중소기업인 A사의 임원은 "기계·부품 분야는 주로 일본 경쟁사와 경쟁구도를 이룬다.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이 진일보했다고 해도 세계시장에서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 때문인데 메리트를 상실하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원화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환헤지로 인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더욱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상당수가 선물환가입 규모 확대와 같은 적극적인 환위험 대비 매뉴얼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기업 10곳 중 8곳 가량은 환율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절감'과 '수출단가 조정'과 같은 기본적 대처만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와 리비아의 석유 수출 기대감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곤 있지만 언제 급변할 지 모를 국제유가도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특히 국제유가는 그렇찮아도 내수부진으로 잔뜩 위축된 국내 경기와 연동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1배럴 당 110달러를 넘어서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큰 피해가 예상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도 업체도 몇 년에 한번 씩 일이 닥쳤을 때만 대응책을 강구하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해법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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