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올들어 선박 수주량이 줄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암운(暗雲)이 드리우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수주물량 증가와 엔저효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반면 국내 조선소들은 가스선 수주로 겨우 버티는 형국이다.
22일 국내 조선업계와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연초 이후 5월말 현재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800척, 1771만8567CGT(수정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기간 1004척(2004만894CGT) 보다 선박 수는 20.31%가 줄었고, CGT 기준으로는 11.58%가 감소했다.
특히 중국이 벌크선 등 낮은 기술력으로도 만들 수 있는 선종을 집중 수주한 반면 한국과 일본은 고부가가치 선종을 타깃으로 잡은 것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해외 수주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과 일본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자국 발주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엔저효과로 인해 마진율이 상승하고, 가격경쟁력도 제고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영업전략으로 내세운 상황이지만 해양플랜트 등 그간 효자노릇을 해오던 부문에서 별다른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의 셰일가스 붐과 청정에너지 수요 증가 등으로 LPG(액화프로판가스) 운반선과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가스선 수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가스선 비중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5월말까지 가장 많은 가스선박을 수주한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포함)은 총 전체 수주량인 238만4523CGT의 40.57%인 96만7454CGT를 가스선으로 채우고 있다.
같은 기간 77만3504CGT를 계약한 대우조선해양의 가스선 비중은 35.64%인 27만5726CGT로 조사됐고, 삼성중공업은 전체인 61만9720CGT의 27.66%(17만1443CGT)가 가스선이다.
현재 조선업계는 LPG선박 등 가스선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우리나라와 격차를 크게 좁혀나가고 있는 만큼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11년 이전만해도 LPG 해상수송량은 5000만t 중반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6700만t으로 늘어났다”면서 “향후 3년안에 LPG 해상수송량은 1억50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LPG선 발주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선시장 회복에 어느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시황 개선을 기다리며 낙관론만 제시해서는 안된다”면서 “일각에서는 3년 정도 지나면 중국의 조선 기술력이 우리를 능가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조선소들도 이제는 눈앞에 돈이 되는 선박 수주에만 급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술개발 투자와 더불어 해양작업지원선(PSV) 등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시야를 확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