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퍼포먼스가 주특기인 태양이 이번에는 목소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일 발매한 신보에는 타이틀곡 ‘눈, 코, 입’을 비롯해 ‘새벽한시(1AM)’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 ‘아름다워 (Body)’ ‘링가 링가’ ‘이게 아닌데’ ‘버리고’ ‘러브 유 투 데스(Love You To Death)’ 등 9곡이 수록됐다. 5곡은 태양인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가사의 ‘눈, 코, 입’은 공개 직후 모든 음원차트 1위를 기록, 3주차인 현재도 10위권 안에 머물고 있다.
김반야 평론가는 “탁월한 보컬과 댄스로 ‘탈아이돌급’ 대우를 받아온 태양의 이번 신보 수록곡들은 모두 공간감이 크고 섬세하게 세공되었다”며 “스타일은 한정적이지만 세련된 편곡으로 매끄러운 사운드를 뽑아내 과거 빅뱅 음악에서 걸림돌이 되었던 ‘과장’이나 ‘작위’적인 부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물론 1집 ‘솔라(Solar)’과 비교했을 때 자유분방한 표현과 다채로운 구성의 빈자리는 크다. 참신하지 않은 YG의 대중성 확보는 심히 우려되는 한계점”이라며 “슬로우 템포 알앤비라는 ‘안전한 절충’은 ‘탈아이돌’이라는 명예에 먹칠한다. 다만 이런 비판은 오롯이 그가 ‘태양’이기 때문에 달게 받아야 하는 형벌”이라고 충고했다.
노준영 평론가는 “처음 노래를 들었던 팬들에게는 그간 태양이 해오던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없어 실망스러웠을 수 있으나 오히려 대중을 사로잡기에는 탁월한 요소가 많다. 그러나 앨범 전체를 보면 팬들이 원하는 신나는 곡들이 스마트하게 배치돼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팬 역시 만족할 것”이라며 “인트로부터 타이틀곡 ‘눈, 코, 입’이 슬로우 잼의 느린 곡이라는 건 ‘퍼포먼스’ 태양이 아닌 ‘보컬리스트’ 태양을 보여주고자 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노 평론가는 “1집 ‘솔라’는 흑인음악과 일렉트로닉을 접목해 트렌드에 집중했다면 2집은 온전히 태양에 집중했다. 비트나 음악적 요소보다는 태양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는데 가수 본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아티스트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아이돌이 솔로로 데뷔하면서 그룹의 색을 동반하는데 태양은 이번 신보에서 빅뱅의 색을 완전히 지우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며 “태양의 변화는 그룹 빅뱅의 미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요즘 대세인 일렉트로닉 팝을 창조한 빅뱅이 이 유행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대세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김윤하 평론가는 “빅뱅 멤버 태양의 재발견 수준이 있었던 이전의 활동에서 보컬리스트로서의 새로운 발견과 업그레이드의 야심이 느껴지는 앨범”이라며 “규모나 태양 보컬 자체에서는 완성도가 돋보이지만 오히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섬세한 매력이나 힘은 떨어졌다”고 평했다.
그는 “‘눈, 코, 입’은 잘 만들어진 알앤비 팝 발라드지만 곡을 끝까지 끌어당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느낌”이라며 “시도의 측면으로만 봤을 때는 충분하지만 여태까지 완벽에 가깝게 해왔던 퍼포먼스나 섹시한 콘셉트와 비교해본다면 이번 2집은 적응이 덜 된 같다.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치를 시험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관심과 기대는 확실히 들지만 주인공인 태양인 충분히 ‘소화를 해냐’, ‘이끌어갔느냐’의 부분에서는 한계나 부족함이 드러난다”면서도 “태양의 가능성을 볼 수 있고 또 지켜볼 수밖에 없게 하는 요소가 많다. 보컬리스트 태양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음반”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