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KB금융·국민은행 경영진의 부실 관리감독 실태

2014-06-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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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모두 징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이건호 국민은행장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이른바 'KB금융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 검사가 진행되면서 KB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의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모두를 징계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관련자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며, KB금융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낙하산 인사 문화를 뿌리 뽑고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뜯어고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임영록 회장·이건호 행장, 모두 중과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금융의 내분과 관련해 'KB지주와 국민은행 양측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특별 검사를 실시하고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 행장의 경우 전산시스템의 유닉스 교체와 관련해 국민은행 본부장들의 왜곡된 보고를 수차례 받았지만 감독자로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또 국민은행 본부장들이 전산 교체에 대해 이사회 자료나 경영협의회 자료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행장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감독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다.

전산시스템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5300억원 부당 대출과 관련해서는 도쿄지점의 문제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만큼 해외점포 관리 및 감사 파트 등에 공동으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이 행장을 포함한 국민은행 본부 경영진에 중징계를 통보한 상태다.

임 회장의 경우 KB지주 회장 산하 전산담당책임자가 국민은행의 경영협의회와 이사회 안건을 임의로 고쳤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됐다. 금감원은 국민카드의 5000여만건 고객 정보 유출 과정에서 국민은행 고객 1000만명의 정보가 빠져나간 것과 관련해서도 임 회장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각각 2건에 대해 중징계가 사전 통보됨에 따라 소명 절차를 거치더라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KB금융의 문제에 임 회장과 이 행장 두 최고경영자(CEO) 뿐만 아니라 상당수 임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KB금융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패거리 싸움'의 원인 제공자는 금융당국

KB금융이 '경영진 리스크'로 인해 크게 흔들린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어윤대 전 KB지주 회장 등 KB금융의 CEO 4명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중 황 전 회장과 강 전 행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징계를 받게 된 임 회장과 이 행장 역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만으로 이번 사건이 일단락돼선 안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KB금융에서 소위 '파벌 싸움'이 벌어진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인만큼 금융당국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파벌싸움으로 번진 것은 결국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 때문"이라며 "임 회장, 이 회장 두 사람 모두 징계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국민은행 새 노동조합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번 기회에 지배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의 지배규조를 대거 수술하고, 관치금융을 철폐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역시 "KB금융에서 유독 불미스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경영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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