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그룹 내 신수종 사업이 가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삼성 5대 신수종에 속하는 자동차, 바이오 부문에서 삼성SDI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러모로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불황 속에도 사상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신수종 사업마저 성과를 보인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를 정하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2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 중 자동차 전지와 바이오‧의료를 중점 과제로 정했는데 그 사업을 수행하는 곳이 삼성SDI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이들 계열사는 신수종에 주력해온 이 부회장의 첨병들인 셈이다.
◆ 전기차 배터리, 든든한 투자재원 확보
그러한 삼성SDI의 최근 행보가 비상하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이어,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결정으로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4.0%씩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가치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는 최근 삼성전자에 자사주 218만주를 팔아 3440억원도 확보했다. 이러한 현금은 향후 2차전지 육성 등에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으로도 최근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와 차세대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기로 해 세계 최대 전기차 수요처인 미국 공략이 수월해졌다. 기존 BMW, 크라이슬러, 마힌드라 등 주요 거래처와의 사업성과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를 달고 나온 첫 양산 전기차인 크라이슬러 F500e는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삼성SDI 배터리를 단독 채택한 BMW i3와 i8도 지난해 말 유럽 판매 이후 매진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i3 판매량이 지난달 처음 월 1000대를 넘는 등 예상치를 넘었다”고 전하며 “i3 배터리 독점 공급사인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매출이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부회장은 그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수장들을 직접 만나 사업을 논의하며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2011년 말부터 댄 에커슨 GM CEO,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CEO,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 앨런 머랠리 포드 CEO 등 이 회장과 교류한 쟁쟁한 인물들이 많다.
◆ 의료·바이오 사업, 발사대를 벗어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사업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은 2020년까지 이 회사에 2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엔 7000억달러를 투자한 추가 증설 공장이 완공된다.
또한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자산을 104억 여원에 양도했다. 바이오의약품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2.55%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이 회사의 바이오 신기술 확보, 경영인프라 투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적으로는 지난해 세계적인 제약사인 BMS, 로슈와 바이오의약품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러한 바이오 육성 의지를 밝혀왔다.
한편, 삼성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상호 보완적인 경영체계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모바일, 가전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돼 있으며, 이 부회장은 이러한 사업 전체를 총괄하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대외활동과 신수종 사업에 각별히 힘쓰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입원으로 삼성 승계가 촉박해지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중대한 기점에 왔다는 관점이 있다. 삼성전자 실적은 물론, 이 부회장과 직결되는 신수종 사업 등에서 보다 가시적인 사업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전무에 오른 후 2년 만에 부사장이 됐고 다시 1년만인 2010년 사장에 올랐다가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승진이 꼭 객관적인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룹 내‧외적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성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