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중소·중견기업 시대, 2대 선결 과제는?

2014-06-12 14:47
  • 글자크기 설정

적합업종제도 등 대기업 맞서 하나된 제 목소리 내는 게 관건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바야흐로 중소기업의 시대다.

2년차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중소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손톱 밑 가시 제거'와 같은 핵심공약 수행에 공을 들여왔다.

업계 역시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된 동반성장 기조에 발맞춰 힘을 키워왔다. 지난 1년 간 중소기업의 위상은 실로 높아졌다.
 
다만 중소기업계가 우리 경제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급격히 변화하는 외부환경과 내부의 갈등요소에 대한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

◆ 계속되는 적합업종제도 논란

지난 11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시행 3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연말까지 순대, 막걸리, 세탁비누, 레미콘 등 82개 업종의 재합의를 앞둔 상황에서 그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 업계로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대-중소기업의 상생에 있다. 사실상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구도 실현이 어려운 만큼, 각 '체급별'로 적절한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반위는 외국계 기업의 반사이익과 중소기업의 시장 독과점 현상을 시장 왜곡으로 보고, 관련 업종을 중복 지원 해소 차원에서 적합업종 지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핵심은 '3년 내 조기해제 가능'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품목이라도 해당기간 내 재심 신청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결정에는 지난해부터 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기본적인 시장 논리에 위배된다는 대기업의 불만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업계 경쟁력 약화와 내수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 등이 부각되면서, 이번 재합의 과정은 이미 난항이 예고된 상태였다. 

때문에 중소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한 세탁비누와 대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0%인 막걸리의 경우 재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견기업의 시장 철수와 외국계 기업의 시장 잠식을 두고 논란이 오갔던 LED등과 재생타이어 역시 품목 제외의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1일 논평을 내고 "이번 발표는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 등 3개 단체도 "대기업이 지난달 공정위의 거리제한 폐지 등을 빌미로 적합업종 제도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적합업종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공동의견서를 동반위에 전달했다.

◆ 파워게임 패배, 내부 단속·하나된 목소리 결여

자연히 이번 결과를 놓고 중소기업계가 대기업과의 파워게임에서 패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점진적인 폐지를 주장했다. 동반위가 적합업종 재지정을 위한 일정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제도의 불합리성과 개선의 필요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어느 정도 효과도 봤다.

지난 5일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및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도 대기업은 적합업종 제도를 실시한 해외의 사례 그 결과, 가이드라인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내부 단속에 실패했다. 

이번 재지정에 앞서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커피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계획을 철회했다.

대기업 커피전문점들과 민간자율 협의를 통해 동반성장 기조를 이끌어 가겠다는 방침이지만,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없단 점에서 중소기업계 입장에선 김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앞서 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해 12월 커피를 비롯한 피자와 햄버거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위에 신청하기로 의결했으나, 개인점포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 2월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적합업종제도 존속과 강화를 위한 논리 싸움에서도 '기업간 상호 합의' 만을 강조하며, 전방위적 반격을 펼친 대기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계가 자체 경쟁력 확보나 노력보다는 공정위나 여론에 의지한 면도 적지 않다. 적합업종제도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큰 만큼 대기업에 맞서 얼마나 소리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