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년의 신부' 김아영, 그녀가 잠 못 이루는 이유

2014-05-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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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신부' 김아영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티 없이 예뻤던 18살 소녀는 갑작스레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엄마의 권유로 출전하게 된 전국춘향선발대회(미스 춘향)에서 선전하면서(비록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원래 꿈을 버리고 연예계에 입문했다. 꿈에서만 그릴 수 있었던 인생을 살게된 것이다. 배우 김아영(29)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극본 백영숙·연출 윤상호)에서 태양그룹과의 깊은 사연을 간직한 성주신 역을 맡아 시청자와 소통했던 배우 김아영을 만났다. 새초롬한 매력과 단아한 매력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녀. 진심을 머금은 눈빛 속에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백년의 신부'는 독특한 전개를 자랑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태양그룹에 시집오는 신부는 모두 죽었는데, 그게 모두 성주신의 저주 때문이라는 설정. 김아영은 총 4개 버전의 귀신을 연기해야 했고, 목숨과도 맞바꿀 수 없는 진실한 사랑이야기를 표현해야 했다. 비록 주연 타이틀을 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백년의 신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소화했다. 

"처음에 출연하기로 하고 나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귀신으로 살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막막했죠. 처음에는 멘붕이 왔죠. 나중에는 감독님이 가르쳐 주셨는데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연기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김아영에게 '백년의 신부'는 여러 가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배우로의 도약을 뒷받침 해준 작품이거나 죽을 뻔했던 작품 이거나, 여러모로 김아영의 '성장'을 도운 작품이다.

"'백년의 신부'를 하면서 얻은 게 너무 많아요. 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큰 전환점이 됐죠.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고요. 앞으로는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바다에 빠지는 장면이 있었어요. 너무 추웠어요. 무엇보다 제가 수영을 못 한다는 게 더 힘들었죠. 수심 5M까지 내려가야 했었는데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요. 수압 때문에 가슴에 공기집이 생기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었어요. 음… 어떻게 했냐고요? '그냥 물 좀 먹지 뭐' 이런 생각으로 했어요. 하하."
 

'백년의 신부' 김아영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게 아니라서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이후 줄곧 연기 레슨을 받아왔지만 '나는 아닌가 보다' 싶었던 적도 있었다. 숱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데뷔가 2010년도에요.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서 일명 저격녀였죠. 그때 나이가 25살이니까 늦은 나이에 시작한 거죠.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시작했더라면 더 안 좋았을 것 같아요. 지금은 누가 저한테 뭐라고 해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데 어렸을 때였다면 성격이 이상해지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거에요. 하하."

김아영은 미스 춘향 선발대회 무대에 섰던 경험을 '운명'으로 여겼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으니까. 평범한 삶을 꿈꿨던 김아영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시작하게 된 연기.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했던 연기가 어느덧 천직이 되었단다.

"예전에는 실패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하면 될 줄 알았어요. 좌절도 많이 했죠. 작품을 할 때마다 '이번에 안되면 난 진짜 아닌 거야'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이제야 겨우 연기의 맛을 알게 됐는데 포기할 수 없죠."

"안정감을 찾고 싶어요. 음… 상을 받으면 될까요? 하하. 아직은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쉽게 생각했던 탓이 크죠. 이제는 계속할 거니까, 잠도 못자면서 고민해요. 사람들의 충고나 질책에도 단단해지려고 하고요."

김아영은 배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일본의 팬 문화가 부럽다고 했다. 톱스타가 출연하는 작품보다 자신이 나오는 작품을 챙겨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도 했다. 어제도, 오늘도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그녀의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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