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 공히 이미 상당수 공공기관장, 감사 자리에 산업부 퇴직관료인 ‘산피아’나 정치인 출신인 ‘정피아’ 등이 꿰찬 상황에서 오히려 공기업의 인사 자율권을 축소해 정부 입김을 키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린다.
25일 산업부 및 공기업 등에 따르면 최근 ‘공공기관 상임이사 후보자의 역량평가에 대한 규정’개정을 통해 10월부터 주요 공기업의 핵심 간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 전에 역량평가를 할 계획이다. 부채가 높은 이들 공기업의 간부를 임명하기 전 능력을 따져보고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앉히겠다는 취지에서다.
산업부는 현재 공공기관 상임이사에 대해서만 역량평가를 하고 있으며, 기관장과 감사는 공모 등 별도 선임 절차를 거친다. 신규 평가 대상은 △산업부 산하 46개 공공기관 가운데 소속 인력이 500명 이상인 지역본부의 본부장 △정원 5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의 상임이사가 아닌 본사 본부장 △상임이사에 준하는 기타 주요 보직의 후보자다.
역량평가는 기관장이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정해 산업부에 제출하면 외부 평가위원들이 면접을 통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항목은 △성과 지향 △이해관계 조정 △의사소통 △위기대응 △전략적 사고 등 5개 부문이며, 본부장이 되기 위해선 5점 만점의 평가에서 평균 2.5점을 넘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임원이 아닌 주요 간부까지 해당 공기업 비용으로 직접 역량평가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인사권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부처 산하기관이라는 공기업 특성상 평가에 있어서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역량평가 평가위원도 산업부 장관이 선정하는 것은 곧 산업부가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중이 드러난 셈"이라며 "최근 관피아 문제로 산하기관 재취업 길이 막히니 이제는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이번 역량평가는 능력 있는 간부를 뽑아 공기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평가위원 선정에 있어서도 규정상으로만 산업부 장관이 정한다고 쓰여있을 뿐, 실제로는 외부 역량평가 컨서팅업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