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안대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사실상 경질함에 따라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개각은 신임 총리와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적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조만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신임 총리 후보자를 내정·발표하면 무엇보다 20일 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도록 했는데, 그 후로 국무총리의 장관 임명제청권까지 행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승패에 따라 개각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했을 때 지방선거 전 개각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각 대상으로는 이번 세월호 사태 수습과정에서 경질론이 꾸준히 제기됐던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공석이 된 국가정보원장,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김관진 국방장관, 경제관련 장관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실상 조각(組閣)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새누리당 내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의원은 "대통령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기 위해선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해야 한다"며 내각총사퇴를 예고했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 역시 당초 중폭 정도로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폭 물갈이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참모진 중 사의를 표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예정에 없던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잡히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우선 국민·언론·정치권과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정무·민정·홍보 수석실을 포함한 중폭 이상의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다. 비서실장은 국정전반에 걸쳐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물이며 세월호 사고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그 이유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김 비서실장을 교체해야 할 1순위 인물로 꼽고 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그의 유임을 결정할 경우 따라올 정치적 타격과 현실적 효용성을 놓고 힘겨운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리가 바뀌는 상황에서 김기춘 실장까지 교체할 경우 현안에 대한 대응이 그만큼 늦어지고 미숙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론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신임 총리 후보자가 김 비서실장과는 같은 경남 출신에 검찰 출신, 법조계 후배라는 점에서 청와대-정부 간 원활한 공조체제 구축을 위해 김 비서실장의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