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자칫 금융권의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호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팽배해졌다.
◆'청해진 대출' 부실화 우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관계사 및 관계인이 42개 금융회사(은행 13·상호금융 11·여전사 8·보험 3·저축은행 1·기타 6)로부터 빌린 돈은 총 3747억원이다.
금융회사별로는 은행(13개) 2822억원(83.9%), 상호금융(10개) 322억원(9.6%) 순이다. 청해진해운 관계인 186명 중 여신이 있는 90명에 대한 17개 금융회사의 총 여신액은 382억원이다.
관계인별로는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이사가 92억원으로 전체여신의 24%를 차지했다. 이밖에 유대균(69억원), 유혁기(35억원), 김혜경(27억원), 권오균(15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관계인들은 은행(7개)에서 211억원, 상호금융(10개)에선 171억원의 돈을 빌렸다.
세월호 참사로 청해진해운의 관계사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회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게 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담보 대출이어서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해도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출금 회수를 서두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출까지 위축되나
금융권의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KT ENS 직원 등이 연루된 대출사기 사건이 터졌을 때 은행권의 허술한 여신심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부실대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금융사들이 청해진해운 관계사 등에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는 △대출심사 및 담보취득 부실 △운전자금 한도 부실운영 △대출조건 미이행에 대한 조치 부적정 △대출자금 용도 사후관리 부적정 등이다.
금감원은 청해진해운에 대한 대출이 금융권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금융관행 및 제도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기로 했다.
특히 금융판 중수부로 불리는 금감원 기획검사국이 처음 검사를 맡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검사 및 징계의 강도가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KT ENS 대출사기에 이어 세월호 침사로 부실대출 문제가 불거진만큼 각 금융사의 여신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그만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호금융 부정적 인식 확산
상호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용협동조합이 논란의 중심이다. 다만, 구원파 및 세모그룹과 연관된 단위 신협의 불법·부실 대출 의혹으로 다른 단위 신협들까지 함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세모그룹 관계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제품 리스트에 신협이 포함되기도 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일부 조합의 개별 사안을 신협으로 표기해 전체 신협이 세모그룹이나 구원파인 것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며 "선의의 신협 조합원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단위 신협에서 예금인출 사태 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문종 금감원 상호금융검사국장은 "단위 신협은 규모가 작아 소문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예금인출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신협 불매운동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노조는 "세모그룹과 연관된 단위 신협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운영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며 "그러나 몇몇 단위 신협의 잘못을 독립적 법인으로 운영되는 전체 신협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