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에 관리·감독 기능을 이양할 게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같은 제3의 관리·감독기관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감정원의 공적 업무 강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감정원은 일단 관련 입법 과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15일 감정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지난해 9월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에 ‘감정평가 관리·감독 체계 개편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업계는 협회의 법정기구화를 추진하는 한편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1년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에 따라 감정원에 관리·감독 기능을 이양하려는 정부와 감정원에 대응할 태세다.
보고서는 따라서 감정원에 대한 특권 지위 부여는 감정평가 시장교란과 업계 반발 및 저항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전문자격사 단체인 협회도 임의단체인 성격상 회원의 전문·윤리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본질 기능인 직접 규제를 통한 감정평가 서비스 품질 제고를 위해 제3의 독립 관리·감독기관 개설이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금융감독원과 같이 독립성이 확보되고 전문성을 갖춘 무자본 특수법인의 형태가 적합하다는 해석이다. 신설기구는 감정평가업자에 대한 감독 지원과 실무기준 마련, 정보체계 구축, 부동산가격 공시 관련 부대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부경대 서재호 행정학과 교수는 "감정원이 타당성 평가와 업체 선정 권한 등 시장 감독기능을 가져오면서도 감정업무까지 지속하게 되면 공정한 감정평가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감정평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감정원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여당의 법안과 감정평가협회를 법정단체로 규정하는 야당의 법안 등 두가지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지난 1월 대표 발의로 감정원 설립 근거를 마련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이어 3월엔 같은당 이노근 의원이 감정원을 공적 기능 위주로 재편하는 ‘한국감정원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감정원의 감정평가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을 법률에 명시토록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기춘 의원은 지난 2월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감정평가협회를 대한변호사협회 등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처럼 법정단체로 규정하고 자율 규제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여당의 법안에 대한 맞불인 셈이다.
서로 상반된 법안이 발의된 이상 입법 과정서 국회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것이란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감정원의 공적기능 강화를 추진 중인 국토부는 일단 입법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는 양측의 법안을 통합해 심의하게 될 것으로 어느 한쪽에 편중된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제3의 감독기구 설립안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논리로 입법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입법 과정을 지켜보면서 감정평가감독원 설립안도 병행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감정평가 업무의 공정성 강화를 위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은 감정원과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감정원의 공적 업무 기능 강화가 바로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