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ㆍ권경렬 기자 =부동산 감정평가 감독권한 이양을 놓고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 업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에 대한 감정평가 타당성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타당성 조사를 의뢰받아 수행중인 감정원은 이번 타당성 결과를 구실로, 업계 공신력을 집중 공격할 태세다. 하나의 감정평가 대상을 놓고 두 업체의 평가 결과가 50억원씩이나 벌어져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적어도 한 쪽의 평가엔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감정원 등에 따르면 감정원은 지난해 12월 한남더힐의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 현재 조사가 마무리단계다.
감정원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타당성 조사를 의뢰 받아 이달말께 결과를 회신할 예정”이라며 “감정평가를 할 때 법률·명령규칙·행정지침·기준 등 준수 지침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임대에서 분양전환 중인 한남더힐은 지난해 시행사와 입주자대표측이 각각 다른 감정평가 업체에 분양전환 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감정평과 결과 가장 큰 주택형인 전용 243㎡의 경우 시행사측이 79억1200만원, 입주자는 28억5700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50억원이 넘어 양측 분쟁의 소지가 됐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가 적정했는지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타당성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가 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맡긴 것에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는 감정평가협회가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 감정평가 선진화 방안에 따라 타당성 조사 등 공적성격이 있는 업무는 감정원이 맡도록 방향을 정했다. 2011년 국토부 고시에 따라 실제 감정원도 타당성 조사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반면 감정평가를 감독한다는 타당성 조사의 특성상 일개 법인 형태인 감정원이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감정원에 포함되지 않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는 협회에 맡기게 되면 공정성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감정원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감정평가사가 협회에 소속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타당성 조사는 거의 감정원이 맡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정부가 감정원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서종대 원장이 최근 언론 등을 통해 한남 더 힐의 감정평가를 예로 들며 강하게 업계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업계는 강력히 대응할 태세다. 업계에 따르면 1994년 당시 감정원이 수행한 서울리조트 감정평가 사고로 2011년 대법원으로부터 17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감정원이 업계 전체를 감독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논리다.
한남 더 힐에 대한 양쪽 감정평가 금액이 상이한 만큼 타당성 조사에서 감정에 참여한 감정평가업체 두 곳 중 적어도 한 곳은 부적절한 평가를 했다는 결과를 받을 게 확실시 된다.
협회 관계자는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국토부에 강력하게 징계를 요청하고 협회 차원에서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면서도 “결국 조사 결과가 감정평가 업계 공신력 하락으로 이어져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감정원의 공적 기반이 단단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남 더 힐의 감정평가 의뢰가 처음부터 분쟁의 소지가 다분했다는 게 국토부와 감평업계 해석이다.
통상 공공임대 분양전환 시 해당 지자체가 감정평가업체 두곳에 감정을 의뢰하고 그 금액을 산술평균하게 된다.
반면 민간 임대는 분양전환 가격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한남 더 힐의 경우 입주자와 시행사가 양측이 10위 이내 평가법인에 감정을 각각 의뢰한 후 산술 평균하기로 합의했다. 입주자는 입주자대로, 시행사는 시행사대로 유리한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감정평가 금액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어떻게 하자는 후속 규정이 없어 분쟁이 일어나게 됐다”며 “민간 임대 감정평가의 타당성 조사도 처음 수행하는 것으로 우선 감정평가의 적정성 여부를 살핀 후 부적절하게 평가한 업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