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은 돈이라면 추호의 동요도 없는 비리 경찰 송경감 역을 맡아 온화한 미소 뒤에 감춰진 악랄함을 여과 없이 연기했다. 날카로운 눈빛과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는 스크린 악팎에 긴장감을 선사했다.
'표적'을 보는 98분 동안 손에 땀이 흥건해지는 이유가 비단 유준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와 함께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또 다른 경찰. 대사도 적고 출연 분량도 많지 않지만 항상 유준상 뒤에서 얼굴을 비치는 단역 배우들 덕분에 가능한 시너지일 테다.
유준상은 얼굴이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배 배우들을 위해 '애드리브'를 선택했다. 평소 애드리브를 거의 하지 않는 유준상이 후배 얼굴을 한 번 더 비추기 위해, 후배가 한 마디라도 많은 대사를 할 수 있게 애드리브를 구사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한 팀을 이뤄야 하는 유준상과 그의 후배들. 이들은 첫 만남부터 각본을 구상했다. '표적'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떼려야 뗄 수 없는 복종 관계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한 장면이 머리에서 안 지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죠. 함께 비리를 저지르는 경찰로 나오는 후배들과 첫 만남에서부터 각본을 짰어요. 그래서 탄생한 게 '각본 짜는 형사'에요."
유준상이 맡은 송 경감을 찬찬히 보고 있자면 '변호인' 속 차동영(곽도원 역)이나 '미쓰GO' 속 성반장(성동일 역) 등이 떠오른다. 때문에 유준상은 그들과 다른 무언가를 고민했다.
"악역도 많고, 연기 잘하는 배우도 정말 많아요. 제가 이 작품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했죠. 결국은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너무 죄책감이 없었을까요? 진구 씨가 저한테 맞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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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은 현재 배우 현빈의 복귀작 '역린'(감독 이재규)과의 맞불에서도 지지 않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20년 내공을 폭발시킨 유준상의 내일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