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정부의 세월호 사고 처리 미흡에 대한 원인으로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는 공직기강 문제가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관피아’와 '철밥통’으로 명명되는 공직사회의 민낯은 국민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 공직기강 해이…국민 불신으로 이어져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조사·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46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그동안 질적 양적으로 팽창하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공직 사회의 부패는 여진히 후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결과다.
더욱 최악인 것은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가 기록했던 순위는 2011년 43위, 2012년 45위였다.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말하며 조사대상 국가들에 거주하는 전문가를 포함, 전 세계의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등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부패가 커지면 커질수록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시 떨어지기 마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초 내놓은 ‘한눈에 보는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2012년 기준 23%를 기록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0위 규모의 경제권을 자랑하지만 국민의 신뢰도는 평균치(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정부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그리스(13%) 일본ㆍ체코(각 17%) 헝가리(21%) 4개국에 불과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연례보고서 역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ㆍ국회ㆍ법원ㆍ경찰ㆍ언론ㆍ금융기관 등 6개 주요 공적기관 가운데 정부 신뢰도는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2010년 조사와 비교해 정부 불신율이 41.8%에서 46.0%로 크게 높아졌다.
성인남녀 2000명 가운데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15.8%)이 불신(46.0%)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공직사회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미진하기만 하다. 해마다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가 끊일 줄 모른다.
안전행정부의 ‘국가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징계를 받은 국가공무원이 1만3021명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말 1741명이던 공무원 징계인원은 2012년 말 2614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2년의 경우 공무원 품위손상이 111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겸직 허가 없이 외부에 출강하는 등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이 1110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금품 및 향응수수도 무려 178건에 달했다.
지방공무원의 징계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두배 가까이 증가한다. 2012년에는 2531명에 이르는 지방공무원이 파면,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따져보면 2012년에만 총 5145명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
◆ 이 와중에도…실속 차리기 바쁜 공무원들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외침이 허울에 불과하단 것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안행부는 지난 21일 세월호 침몰에 따른‘공무원 비상근무 강화 및 근무기강 확립 재강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급 기관에 통보했다. 송영철(54) 안행부 국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시도하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헤임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철없는 행동’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 와중에 인천시 동구 소속 33년 이상 장기 근속자 10명과 가족 9명 등 19명은 8박10일 일정으로 영국·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등 서유럽 4개국을 여행하기 위해 지난 22일 출국했다. 이들은 정부의 출장자제 방침과 인천시의 비상근무 지침 등을 어기고 서유럽 여행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구는 이들의 ‘장기근속 공무원 해외 격려 시찰단’에 1인당 450만원씩 모두 8550만원의 구 예산을 지원했다.
경북 포항시 공무원들이 지난 24일 해외 여행을 떠난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가재난상황대처 및 공직기강 확립 등을 위해 단순 시찰 성 해외출장은 가급적 자제 연기 하라는 경북도의 공문을 받은 상태였다. 온 국민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비탄에 빠져 있는 가운데서도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쁜 공무원들을 어떻게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