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역에서 제주도로 향한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과정에서 침몰 직전까지 탑승객 20여명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탈출한 김홍경(58) 씨의 당시 상황 설명에 듣는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김홍경씨는 배가 기울어지던 30여분 동안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 1층의 학생 20여명을 높이 6∼7m가량의 위층 난간으로 올려줬고 이들은 해경 헬리콥터로 구조됐다.
그날 김홍경씨는 제주도에 있는 한 회사에 건축 배관설비사로 취업해 여객선을 탑승해 첫 출근 중이었다.
정신없던 와중이지만 김홍경씨는‘2층으로 승객들을 끌어올리면 구조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학생들을 먼저 구하자”고 외쳤다.
주변에 있던 젊은 사람들 몇명이 합세, 주변에 있는 커튼을 뜯어 길이 10m가량으로 이었다. 커튼이 모자라자 소방호스로 이어 ‘구명줄’을 만들었다.
구명줄을 1층으로 내려 보내고 여러 명이 힘을 모아 힘껏 줄을 잡아줬고 학생 20여명이 안간힘을 쓰면서 올라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30여분이 흘러갔고 물은 1층 선실에 가득 찼다.
더 많은 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배는 이미 직각으로 기울어 선체 후미는 물에잠긴 채 선수만이 겨우 남았다.
주변 사람들이 선수 쪽으로 달렸다.
마지막 남은 그는 물에 휩쓸리면서도 후미 쪽에서 물속에 있던 한 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선수 쪽에 접근한 어선에 의해 겨우 구조됐다.
김홍경씨는 배가 기울 당시 “배가 기울어져 위험하니 현 위치에 있어라”,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려라”는 방송을 모두 10여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방송이 결국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이 그 방송을 듣고 선실에 남아 있는 바람에 구명조끼를 입고 배 바깥으로 나올 기회를 놓쳤다”며 좀 더 미리 방송을 하거나 배 위에 올라왔으면 구조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경씨는 선실에 남아 있는 승객들을 떠올리며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