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대석] 세계 첫 플렉시블 반도체, 김태욱 KIST 박사 "소금처럼"

2014-04-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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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플렉시블 반도체를 개발한 KIST 김태욱 박사.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 LG, 애플, 구글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IT‧전자 기업들이 모두 차세대 시장으로 웨어러블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패션 아이템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다니면서 통신은 물론 검색, 데이터 전송 및 관리, 헬스케어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은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 많이 나오던 장면들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그러한 공상과학을 현실화하기 위한 IT‧전자산업의 격변기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당장에 쓸 수 있는 상업용 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순수 연구계는 훨씬 더 먼 미래를 내다본다. 일례로 근래 기업들이 웨어러블(입는)을 위한 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구부러진)에 집중하는 동안 연구계는 보다 완벽한 웨어러블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그 속의 부품‧소재까지 구부러지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반도체를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태욱 박사팀이다.

입는 데서부터 나아가 몸에 부착하고 몸 속에 삽입하기까지, 웨어러블 기기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달하려면 디스플레이 외에도 그 속의 다른 부품까지 휘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속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반도체의 플렉시블에 한국이 가장 먼저 도달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인류가 공상과학의 꿈을 이루는 데 한국의 IT‧전자 기술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욱 박사가 반도체 소재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태욱 박사팀은 구부러지면서 전원이 차단돼도 저장능력이 사라지지 않는 64비트 저장능력의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인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도 실렸다.

지난달 28일 전북 완주군 KIST 전북분원 연구동에서 만난 김태욱 박사는 38살 동안에 순수한 학자의 모습이 강했다.

그는 “기술적 파괴력도 좋지만, 의미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서부터 9년여 동안 전도체 소재 분야를 연구해온 그는 정부 출연 연구원에 몸담아 의미 있는 연구개발 그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는 주로 전자복합소재의 전기적 특성을 개발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학창시절 막연히 “좋은 소재가 있으면 물건도 다르게, 좋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현재까지 이어진 셈이다.

그는 천성부터 진로가 과학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과학자였다. 바라는 대로 이뤄진 것 같아 지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무엇이든 분해하는 것을 좋아해 어머님께 야단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가족 중에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는 딱히 진로에 대한 자문을 구하지 못한 채 단순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만을 쫒아 묵묵히 노력해왔다. 지금 같은 진로가 구체화된 것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부터였다.

연구원이 되고 나서는 더욱 적성에 잘 맞는 것을 알았다. 김태욱 박사는 “연구하는 일이 의외로 협업이 필요했다”며 “원래부터 남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연구도 같이 하면서 시간도 줄이고 재미도 느끼며 더 좋은 결과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렸을 땐 우주선도 혼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독불장군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더라”라며 “과학자는 혼자 골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독특한 가족 이력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바로 그의 배우자 역시 모 전자기업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인 것이다.

대학원 시절에 만난 두 사람은 부부과학자로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연구소에 취직하면서 근무지가 멀어 지금은 주말부부가 됐다. 이에 김태욱 박사는 “아프지 않아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가족과 같이 있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앞으로 플렉시블 반도체 상용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는 “어머니께서 늘 사회에 소금 같은 존재가 돼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항상 새기고 있다”고 했다.
 

김태욱 박사팀이 개발한 플렉시블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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