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무를 위임받고 예산·인력을 지원받는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이 분양원가를 부풀리는 등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경제특구가 투자 활성화는 커녕 각종 비리로 얼룩진 ‘비리특구’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은다.
◆ 지자체와 경자구역청의 복마전…기업 살리기가 아닌 기업 옥죄기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새만금·군산, 황해, 대구·경북 등 6개 경자구역청에서 세금을 덜 걷거나 분양원가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수입을 올린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
인천광역시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수구 주택건설사업 시행사로부터 201억원의 개발부담금을 징수하지 않았으며 인천경자구역청은 개발업자가 산업용지 등을 조성하면서 하수도 원인자 부담금 43억원 제외하지 않아 분양가를 부풀렸다.
인천경자구역청은 또 5개 기반시설 공사에서 국고보조금을 조성원가에서 제외하지 않아 국고보조금 331억원을 자체 수입으로 처리하고, 과다산정된 조성원가로 공급예정용지를 분양함으로써 44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조성원가를 잘못 산정해 기업들에게 분양가를 올려 받은 사례도 있었다. 부산도시공사는 2011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서 산업시설용지 분양과정에서 부산시의 부담분 미납액(205억 원)을 조성원가에 포함시켜 조성원가가 1㎡당 2만994원 과다 산정됐다.
해당 지자체와 경자청 간 조성원가 부풀리기 등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통해 자신들의 배 불리는데만 급급했던 셈이다. 이처럼 비싼 지방세와 높은 분양가격에 해당 기업들은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 개발사업시행자에 적정 이윤 과다 산정…내부와 특혜로 얼룩진 경자구역청
경자구역청이 산업단지 개발사업시행자에 대해 적정 이윤을 과다 산정해 시업시행자가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광양만경자구역청은 2011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사가 개발계획안에 자본비용을 제외하지 않은 조성원가에 적정이윤을 산출했음에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이로 인해 시행사가 개발계획대로 조성토지를 분양하면 입주업체는 정상 분양가보다 ㎡당 2245원을 비싸게 분양받게 됐다. 분양 용지가 179만㎡라는 점에서 사업 시행자는 40억4028만원의 부당이득을 얻게 된 셈이다.
특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광양만경자구역의 배후단지로 조성중인 전남 순천의 신대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해당 경자구역청이 시행자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했다는 의혹이다.
순천 신대지구는 애초 광양만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기업의 배후지원단지로 개발됐으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9차례 사업계획이 바뀌었다. 잇단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용지 축소, 상업용지 확대 등 공공성이 훼손됨에 불구하고, 시행사에서 1000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경자구역의 내부비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첨단의료·바이오 연구단지(BRC) 조성사업 과정에서 인천시와 인천경자구역역청이 BRC에 토지대금 분납 등 각종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인천시의회 사무처장이 체포되기도 했다.
◆ 면적 축소에도 조직은 방대 운영…오락가락 법 적용시점 갈등 부추겨
정부가 개발이 부진한 경자구역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전히 해당 경자구역청이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면적 축소와 사업 철폐로 업무량이 급감했음에 불구하고, 기존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개발면적이 애초 55.1㎢에서 15.8㎢로(면적 감소비율 71.3%) 줄어든 황해경자구역청의 경우 지난해말까지 인원 감축없이 기존 인력 129명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에 감사원은 면적 대비 적합한 근무 인력으로 운영할 것을 지적했고, 황해경자구역청은 현재 공무원 수를 129명에서 87명으로 42명(32%) 줄이는 정원감축안을 행정안전부에 낸 상태다.
새만금경자구역청도 새만금 배후도시 무산됐음에 불구하고, 77명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 새만금경자구역청은 지난해 9월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하면서 폐지됐으며, 행정기구 개편에 따라 전북도 공무원 정원은 3710명에서 3635명으로 75명이 줄어들었다.
감사원은 경자구역청의 이 같은 부패와 비리가 심화된대는 경자구역의 개발·실시계획 변경 승인신청 등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개정안을 부랴부랴 입법예고하면서 기존 50%까지 가능했던 재투자 비율을 25%로 일괄 하향 재조정하는 등 투자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거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한 정부의 법 적용시점이 되려 경자구역의 혼선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자구역청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법리 판단도 없이 입법을 추진했다가 시행령으로 적용시점을 후퇴시키고 있어 경자구역청과 시행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