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길을 닮았으면…통영 수륙해안 산책로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전국의 52개 걷기좋은 해안길, 해안 누리길로 선정된 통영 수륙해안 산책로는 해안 일주도로가 발달한 미륵도 중부의 동쪽 해변에 조성됐다.
경남 통영시의 영운리와 충무 마리나리조트가 있는 도남동까지의 4.3km구간으로 이어진 수륙해안 산책로를 다 돌아보는 데는 약 1시간30분이 걸린다.
수륙해안 산책로는 주로 지역 주민과 충무리조트 숙박객들의 산책길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자전거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동래산 등산코스와도 연계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산책로 초입부터 북드럼바위, 돛단여, 장승여 등 다양한 암초와 바위들이 시시각각 그 자태를 드러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녀와 옥황상제의 근위병이 사랑을 나누다 발각돼 천둥·번개를 맞고 그 자리에서 돌로 변했다는 재미있는 전설을 간직한 삼칭이 복바위는 산책로의 명물이 되었다.
길게 뻗은 산책로 옆으로 찰싹찰싹 파도치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걷기 여행에 낭만을 더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산책길에 지루해질 즈음 독특한 해상구조물 하나가 눈길을 끈다. 통영 등대낚시공원이다. 산책로에서 바다로 길게 뻗어 있는 교량 끝 부분에 마련된 낚시체험장과 데크 덕에 이용객들은 어렵지 않게 대어를 낚을 수 있다.
산책로 중간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 한 대를 빌려 페달을 마음껏 밟아보는 것은 이 길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산책을 다 했다고 해서 통영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산책로 끝자락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산도는 해안로 산책 후 꼭 둘러보아야 할 명소다.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 치열한 삶의 흔적을 되새겨보는 것은 통영 여행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학익진 전법으로 왜군을 물리쳤던 한산도 해전의 역사 현장에는 삼도수군 통제영 본영인 제승당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한산대첩은 학익진과 거북선의 위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둔 해전이다.
한산도에 통제영을 설치한 충무공은 제승당을 짓고 군사를 훈련하는 한편, 무기도 만들고 군량미를 비축해 남해안 방어기지로 삼았다.
현재 이곳에는 제승당, 수루, 한산정, 충무사 등이 복원돼 있다. 제승당 진입로 옆에는 충무공이 제승당에 머물렀을 당시 사용했던 우물도 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도 염분이 전혀 없는 깨끗한 샘물이 쉼없이 솟아난다.
◆가공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길…접도 '웰빙 등산로'
진도 접도 웰빙 등산로 역시 해양수산부에서 선정한 전국의 52개 걷기좋은 해안길, 해안 누리길로 선정됐다.
접도는 4353㎢의 아담한 섬으로, 진도에 인접해 있다고 해서 접도로 이름 붙여졌다.
국가지정 어항인 수품항이 있는 화려한 경관의 이 마을에는 이름만 들어도 건강함이 물씬 느껴지는 등산로가 있다.
접도 주산인 남망산의 다양한 자생식물과 다도해 해양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접도 웰빙 등산로에 가보지 않고선‘힐링’을 이야기하지 말라.
갈고 닦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이 등산로 곳곳에 피어 있는 야생화와 가꿔지지 않은 야생초, 울창하게 뻗은 나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산행하는 틈틈이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는 산행 내내 활력을 더한다.
이 웰빙 등산로는 수품항에서 일출 전망대, 쥐바위, 솔섬 해안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약 14km에 달한다. 이 코스를 다 둘러보는 데는 5~6시간이 걸린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등산로 정상도 해발 150m로 부담스럽지 않아 산악회나 가족단위 여행객이 등산하기에 최적의 코스다.
등산로 곳곳에 서면 진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 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한 해양경관이다. 곳곳에 자리잡은 천연생태 식물과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넓디넓은 바다를 감상하는 데 걸리는 6시간은 참 짧게만 느껴진다.
웰빙 등산로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쥐바위에 오르니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울창한 초록숲이 한데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충분히 경치를 감상한 후에는 곁에 있는 야생식물에도 눈을 돌려보자. 구실잣밤나무, 하늘나리, 자귀나무, 춘란 등이 산행을 더 즐겁게 한다.
이 뿐만 아니다. 등산로에는 사랑의 숲, 연리근, 연리지, 남성나무, 여성나무 등 사랑을 주제로 한 나무들과 붉게 피어난 동백꽃이 터널처럼 우거져 더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약간은 고단했던 산행에 지친 몸, 천천히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코 끝이 찡해지는 바다내음에 기지개를 펴고 융단처럼 깔린 자갈을 살포시 밟으면서 활기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