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ㆍ정치연 기자 = SK그룹은 에너지와 통신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에너지와 통신은 법적 구속을 받는 규제산업이다. 규제에 걸리지 않으면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법무팀의 능력이 그만큼 높아야 한다. SK그룹의 법무 관련 조직이 삼성그룹의 그것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노하우와 능력, 인력 풀을 구성하고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특히 변호인단을 자주 교체함으로써 변론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심에서 법정구속 직후인 지난해 1월 최 회장은 2심에서 기존에 변호를 맡고 있던 김앤장 대신 태평양으로 변경했고, 항소심 종결 직전인 같은해 7월에는 법무법인 지평지성으로 또 다시 바꿨다. 2심 판결에서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도 실형이 내려져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중 법무법인을 바꾸는 것은 증언의 일관성을 해쳐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SK그룹일텐데 자충수를 뒀는지 물음표를 던진다. 특히 법무법인이 바뀌면서 변호 전략도 변경됐는데, 이런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를 비롯한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와 대법원 심리에 이르는 과정에서 변호인단의 전략에 따라 수 차례 진술을 번벅해 재판부로부터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최 회장이 유죄면, 최 부회장은 무죄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변호인단의 무리수가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특히 항소심에서 최 부회장이 1심에서 허위자백을 했다고 증언한 것은 가뜩이나 바닥까지 추락한 최 회장 형제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재판장 내내 변호인단이 검찰측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다 못한 최 회장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 변호인단 잦은 교체의 배경이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최 회장의 조급한 심리상태를 생각했더라면 그룹 관계자들이나 지인들이 나서서 이를 말렸어야 한다”며, “바뀐 변호인단은 최 회장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모험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