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통상협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한중일FTA, RCEP(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 등 14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굵직굵직한 협상들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준비가 미흡하고, 대응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졸속협상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8개 FTA 추진과정에서 통상추진위원회 개최 유명무실…연구용역 부실, 경제적 타당성 평가 미실시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여개의 통상협상이 진행됐으나,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는 ‘통상추진위원회’는 제대로 개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주요 통상협상 보고와 논의는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수행했고, 실무차원에서는 산업부 차관보가 주재하는 ‘통상추진위원회 실무회의’가 6차례 개최됐을 뿐이다.
통상위원회는 산업부 장관 주도하에 통상정책을 수립·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통상위원회 역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채 실무조정은 산업부 차관보가 담당하게 된 셈이다.
한중FTA 등 협상관련 준비도 부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산업부 내 한중FTA 관련 연구용역은 지난 2005년부터 총 18건(외교부 시행 14건, 지경부 시행 4건)을 실시했으나, 협상추진이 가시화 된 2010년 이후에 실시한 연구용역은 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 18건의 연구 용역 중 실제 협상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연구는 5건에 불과해 협상이 졸속추진될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 타결된 한·호주FTA에 있어서도 현행 통상절차법(구. 자유무역협정체결절차규정)에 따른 경제적타당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채 협상을 재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통상협상 전문인력 不在 여전…4박자 어긋난 14개 졸속협정 탄생 우려
그간 지적을 받아왔던 산업부 내 통상인력과 전문성 문제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산업부로 통상업무가 이관되면서 총 144명 규모의 통상담당 부서가 신설됐지만, 이 가운데 통상업무를 담당한 인력은 67명(산업부 10명, 외교부 57명, 46%)에 불과했다. 나머지 77명은 산업부 협상 무관 부서(70명) 혹은 여타부처(7명)에서 전보된 것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전문인력 중에서 이미 외교부로 2명이 복귀(통상정책국 심의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한 바 있고, 3월 22일에 9명(고공 2명, 과장급 4명, 5급 3명)이 외교부 복귀가 예정돼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들 가운데 과장급 1명은 산업부 전입, 과장급 2명은 파견 연장을 신청했으나, 14개의 협상이 진행되는 올해에도 협상인력 문제는 더욱 심화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자체 인력 가운데 통상업무경험자, 통상협상참여 경험자 등 전문성이 있는 자체인력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협상테이블에서 주도할 중요 전문인력들이 빠져가는데 대한 협상 차질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국회 산업위 소속의 한 의원은 “FTA 협정에 따른 보완대책 수립에 있어서도 협상과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닌 사후에 마련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올해 거대FTA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 장관의 주도력 부족, 협상의 사전준비 미흡, 통상교섭인력 문제, 국내대책 졸속 준비 등 4박자가 어긋나 있어 졸속 협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