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장쑤(江蘇)성의 성도(省都) 난징(南京)시 한복판인 중산로(中山路)에 가면 거대한 고층건물 하나가 우뚝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0년 9월 완공된 즈펑다샤(紫峰大厦)다. 상하이 뤼디(綠地)그룹이 40억 위안을 투자해 5년에 걸쳐 건설했다. 총 높이 450m로 현존하는 중국 대륙 고층 건물 중 상하이 환구금융중심(492m) 에 이은 2위다. 점점 높아지는 난징시 스카이라인은 빠르게 발전하는 난징시 경제발전의 현 주소다.
지난해 난징은 GDP 8286억 위안으로 장쑤성에서 쑤저우(1조3284억 위안), 우시(8310억 위안)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GDP 증가율은 11.9%를 기록하며 9%대 성장률을 기록한 다른 도시를 훨씬 뛰어넘었다. 난징시의 무궁무진한 경제발전 잠재력을 보여준다.
‘남쪽의 수도’라는 뜻의 난징은 ‘육조고도(六朝古都)’로 불린다. 동오(東吳), 동진(東晋), 남북조시대 송(宋), 제(齊), 양(梁), 진(陳) 등 과거 왕조의 수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당(南唐), 주원장(朱元璋)의 명(明), 태평천국, 중화민국까지 합치면 난징은 모두 10개 정권의 수도였을 정도로 중국 역사의 중심이었다.
그만큼 난징은 중국 유구한 역사의 영화와 치욕의 역사를 함께 머금고 있는 도시다. 아편전쟁 참패가 낳은 불평등조약 난징조약, ‘중국판 동학농민혁명’으로 불리는 중국 태평천국운동, 신해혁명후 쑨원을 임시총통으로 하는 중화민국 건국, 일제 만행의 상징인 난징대학살까지 모두 이곳에서 벌어졌다.
수 천년 역사 속에서 난징은 베이징의 라이벌 도시로 역사의 중심도시였지만 근ㆍ현대 들어서 ‘정치수도’ 베이징, ‘경제수도’ 상하이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역사 고도 난징이 이제는 경제 중심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난징시 경제발전의 중심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주요 투자기업으로는 BASF, GE, 모토로라, 월마트, 미쓰비시, 혼다, 샤프 등이다. 이 중심에는 금호타이어, LG, 삼성 등의 한국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LG는 난징시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글로벌기업 중 하나다. LG전자와 LG필립스 LCD, LG 화학공장이 밀집해있는 복합단지를 'LG 산업단지'로 이름짓고 인근 도로를 'LG로' 라 이름 붙였을 정도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2012년 난징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됐을 정도로 금호그룹 역시 난징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 금호타이어는 난징시에만 2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역사 문화고도인 난징의 관광업 경쟁력도 막강하다. 지난 2012년 기준 난징시 관광수입은 1272억 위안으로 중국 도시 10위권에 랭킹됐다. 난징시는 2015년까지 관광수입 2000억 위안, 관광객 수 1억명을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시 관광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난징대학살이 발생한 12월 13일을 중국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난징대학살 증거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일면서 난징 지역 관광산업 발전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난징시 경제발전도 커다란 도전과제에 부딪혔다. 바로 스모그다. 지난해 12월초 난징시는 사상 초유의 심각한 스모그 사태를 겪었다. 당시 난징시 초미세먼지(PM 2.5) 지수는 12시간 넘게 300 이상을 유지하면서 스모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난징시 당국은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등 각급 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릴 정도였다.
난징시는 올해에는 경제 성장보다는 환경 오염 방지 등 주로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11.0%에서 10.5%로 0.5%포인트 내렸다. 난징시는 현재 생태문명 건설을 주요 과제로 삼고 저탄소 순환 녹색경제 발전을 핵심으로 하는 장난(江南) 장베이(江北) 환경보호산업단지 2곳을 조성해 올해부터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