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예술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2014-02-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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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소셜유니온(준),"예술인정책의 혁신과 적극 보상을 요구한다"

 "나는 비매품이라 나를 팔지는 않아 언제라도

나는 거부한 거야 거절당한 게 아냐 누구라도"- 윤영배의 노래, ‘선언’에서 -

2014년 2월 18일,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 중이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인하여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다. 그리고 참사 현장에 한 예술인의 꿈도 함께 묻히고 말았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극단 ‘동성로’의 대표로도 활동한 연극인 고 최정운(43)씨의 이름이 희생자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고인이 2003년부터 10년 동안 각급 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했음에도 생계를 위하여 방학 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또다시 예술인 현실과 예술정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2012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문화예술인활동여건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 미술 연극 영화의 종사자 중 월평균수입 100만 원 이하가 66.5%였고, 월수입이 아예 없다고 답한 예술가도 26.2%였다. 한류 운운하는 문화산업의 전체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상당수 종사자들과 예술인들은 본업과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산업화된 분야에도 불공정계약과 부당행위 그리고 열정착취가 만연해 있으며, 산업화되지 못한 분야의 후진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1년에 제정되어 2012년에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은 법 자체의 근본 한계로 인하여 실효성이 약하다고 지적받았고, 2013년에 일부개정이 이루어졌으나 부분적 보완에 그치고 말았다. 2012년에 출범한 예술인복지재단은 기능과 예산 구조에 의한 문화체육관광부 종속성, 기성 단체와 중견․원로 예술인 편향성, 사업의 성격과 방향의 부적합성, 피지원자격의 비현실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2013년 하반기에는 대표(상임이사)를 포함하여 여러 명의 직원들이 본의 아니게 사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복지의 초점을 일자리 창출에 맞추고, 그 일환으로 각급 학교의 예술강사 채용 인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예술인복지재단 지원사업의 한 축 역시 예술인의 직업교육사업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고 최정운 씨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왜냐하면 오랜 기간 예술강사들은 시간당 4만원, 1년 계약직 등의 근로여건을 감수해야 했다. 예술인이 생계를 위하여 일시적으로 일할 경우에 예술활동의 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반대로 직업으로 예술강사를 선택할 경우에는 신분불안정의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하여 ‘나쁜 일자리’인 것이다.

반복되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선 예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예술인복지법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일시적인 생계지원이 아니라 사회보장체계로의 포섭을 정책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예술강사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 예술강사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예술강사제도의 확대는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또한 코오롱과 부산외국어대학교는 최정운 씨를 위한 보상에 미온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를 지금 당장 바꾸어야 한다.

윤영배의 앨범 《위험한 세계》(2013)에 담긴 ‘선언’의 노랫말과 달리 많은 예술인들은 자신을 팔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그만큼 거부당하고 거절당해왔다.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갖는 문화 속에서 다수 예술인들에 대한 처우와 보상이 상식 이하 수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와 예술인복지체계의 확립이야말로 ‘을(乙)을 위한 제도의 개선’과 ‘청년일자리 확충’ 그리고 ‘복지의 확대’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2014년 2월 24일  예술인소셜유니온(준) 공동위원장 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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