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장의 비애 “영화가 만들어 낸 오해 안타까워”

2014-02-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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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가족'의 오해, 20년간 다닌 직장, 딸도 불신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달 초 개봉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현역 부장이 영화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하는 글을 공개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선범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지난 23일 자사 공식 블로그 ‘삼성투모로우’(www.samsungtomorrow.com)에 올린 ‘영화가 만들어 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20년 동안 자랑스럽게 일해 온 회사가 영화에서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돈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심지어 증인을 바꿔 치기해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 하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됐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김 부장은 “이제까지 늘 아파 회사가 자랑스럽다던 딸 아이가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불쌍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고, 사실을 숨기려 나쁜 일을 서슴지 않는 회사의 모습에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다”는 딸 아이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일반 관객들이 저의 회사에 대해 느낄 불신과 공분을 생각하면 사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홍보인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그저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영화가 일으킬 오해가 너무나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정말 영화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제가 기흥사업장에 근무하면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직원과 사업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회사와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정부의 환경 기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제가 근무하는 일터의 안전에 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인과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자 했던 인사 담당자는 영화에서 직원의 불행 앞에서도 차갑게 미소 짓는 절대악으로 묘사됐지만, 제가 아는 그분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일 뿐”이라며, “오히려 고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더 많이 도와 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던 분이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영화는 기획부터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홍보를 펼쳤지만 회사가 그에 대해 한마디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해, 제가 다니는 직장을 범죄집단처럼 그리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는 글로 입을 다물고 있는 회사에게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침묵하는 회사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그 침묵이 이제 딸아이까지 아빠의 일터를 불신하고 아빠가 하는 일이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의심하도록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하지만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며, “외압설까지 유포하며 관객을 동원하고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김 부장은 “설명이 부족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서툰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최소한 영화가 그려 낸 그런 괴물은 절대로 아니다. 저는 제가 속한 이 회사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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