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 엄춘보, 한일철강 설립…포항제철 1호 대리점 선정

2014-02-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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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철강 외길, 고 엄춘보 한일철강 명예회장(2)

한일철강 1970년대 서울 가양동 공장 전경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송암 엄춘보 한일철강 회장은 어느 정도 전쟁 복구가 진행되자 사업 아이템을 철판으로 바꾸고 1955년에 신화실업에서도 경영에 손을 떼게 된다.

엄 회장은 철판을 판매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른 상품은 가짜가 많고 성분을 속이는 일이 많았지만, 철판은 치수만 확인하면 서로 속고 속는 일이 없고, 또 유행을 타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 회장은 60여년 철강업에 종사하면서 매사에 성실, 근면, 검소를 강조했다. 초창기부터 한일철강의 사훈은 성실(誠實), 근면(勤勉), 인화(人和), 창의(創意) 이다. 그중에서도 성실을 더욱 강조했는데, “성실은 일견 진부한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일의 주조(主調)를 이루는 것으로 성실이 되어있지 않으면, 근면 할 수도, 인화할 수도 없다”는게 이유였다. 이는 그가 95세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하면서 늘 마음에 품고 있던 기본 정신이었다.

엄 회장은 철판판매업이 본격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자, 일본을 다니면서 일본의 앞선 기술을 보고, 앞으로의 철강사업을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철강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도매상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법인을 세웠다. 이 회사가 바로 1957년 12월에 설립된 한일철강 주식회사다.

한일철강은 대한중공업(인천제철 전신)에서 철판이 나오기 시작하자, 1963년 대한중공업 철판대리점으로 선정됐다. 철판 공급이 안정되면서 철강 관련업체들도 늘어나게 되는데, 엄 회장은 철강사업을 하는 업체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유대관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업체를 모아 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이것이 한국철강상협회였다. 회장사는 한일철강, 조합장은 엄 회장이 맡게 되는데, 철강업계가 조합을 결성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철강업계가 하나로 모이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한일철강 평택공장 내부


1973년에 포항제철(현 포스코) 제1기 공장이 준공되면서 처음으로 품질은 다소 불안정 했지만 제품다운 철강재가 탄생하게 된다. 엄 회장은 포항제철의 경인지역 판매 대리점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다. 포항제철의 제1호 대리점이 된 것이다. 당시에 업계에서 쌓아온 엄 회장의 경력, 평판과 영업실적 등이 좋게 평가 받는 순간이었다.

◆제조업 진출, C-형강 국내 최초 생산
1974년, 엄 회장은 단순한 철판 유통에서 벗어나 제조업을 하기로 한다. 우선 2000평 규모의 서울 등촌동 부지에 경량 형강을 생산할 수 있는 성형기를 설치하고, 건축자재로 보급시키고자 C-형강을 선택했다. 당시 국내에는 C-형강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는데, 한일철강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산 C-형강이 탄생했다.

엄 회장은 파이프를 생산하기로 결정하고 1976년 등촌동에서 가까운 가양동에 6000평 부지에 공장을 짓는다. 강관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엄 회장은 당시 강관회사에서 자동차 회사로 전환하게 된 기아산업의 조관기를 인수하게 된다. 한일철강의 강관 역사를 따지자면 기아산업의 강관역사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조관기로 파이프를 생산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국내 절단기 수준이 좋지 않아 정확하게 재단하기가 어려웠고,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제품과 품질을 위해서 엄 회장은 일본회사를 방문했을 때 보아두었던 절단기를 일본에서 수입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큰 가격차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절단장비(Shear Line)을 국내 최초로 설치항 것인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엄 회장의 성격을 그대로 실천으로 옮긴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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