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20서 선진국·신흥국 중재…테이퍼링 관련 목소리 높여

2014-02-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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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 부총리.(사진=기획재정부)


아주경제(호주 시드니) 김정우 기자 = 23일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각국의 큰 호응을 얻으며 오는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잠재성장률 제고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선진국 진영과 테이퍼링 시기를 조정하려는 신흥국 사이에서의 가교 역할역시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G20 공감대 형성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하지만 전방위적인 구조 개혁을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해 각국 재무장관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의 테이퍼링 시행 이후 각국의 펀더멘털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차별화되는 상황에서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3개년 계획은 G20차원에서 추진 중인 ‘성장 전략’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위기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끈 선진국 진영이 점차 위기 관리에서 성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과 시점도 유사하다.

이에 따라 3개년 계획은 종합적인 성장전략과 연계돼 G20 정상회의(11.15-16, 브리즈번)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G20은 이번 코뮤니케에서 금융 불안 등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building resilience)을 높이고자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G20 전체 GDP를 향후 5년동안 현 성장 추세 대비 2% 이상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종합적 성장전략’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안정적인 테이퍼링…한국 목소리 높여
미국의 테이퍼링에 대한 신흥국의 문제 제기라는 측면에서도 한국은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했다. 현 부총리는 미국의 테이퍼링이 신흥국 등 글로벌 영향을 고려해 질서정연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흥국이 세계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흥국 경제 불안이 선진국의 회복을 막는 역(逆) 파급효과(reverse spillover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라가르드 IMF 총재를 비롯해 인도 등 신흥국 진영에서는 역 파급효과가 테이퍼링 공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주요 논거로 활용됐다.

미국이 테이퍼링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민감하게(sensitive) 보고 있으며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깊이 고려해(very considerable) 금융시장에 충격(surprise)을 주지 않도록 명확하게 소통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것도 결국 신흥국 진영의 이런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G20은 이번 회의에서 통화정책은 신중히 조정(carefully calibrated)하고 명확히 소통(clearly communicated)하며 지속적인 정보의 교환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하기로 합의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는 물가안정 전망과 경제성장 추이를 봐가며 적절한 시기(in due course)에 이뤄져야 한다고 합의했다.


◇불안한 금융시장 시나리오 별로 분석해야
세계경제에 대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시나리오 분석(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한국이 처음으로 제기해 관철시켰다.

IMF가 경제·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분석과 정책 공조 방안을 만들면 4월 G20 회의에서 이를 토대로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 주도 의제인 IMF와 지역금융안전망(RFAs)간 사전 협력 등 대응수단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여러 측면에서 입증됐다. 현 부총리는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7~8명씩 소그룹으로 이뤄진 21일 ‘G20·B20라운드 테이블’에서 의장국인 호주 재무장관과 중국 재무장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영란은행 총재와 함께 헤드테이블에서 토론했다.

이날 자리 배치는 G20에서 한국의 역할 등을 감안해 호주 정부가 직접 한 것이다.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현 부총리의 특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현 부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에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및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본이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 회복 지속이 어렵다고 쓴소리를 하기로 했다. 그는 당분간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럴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독일·영국·호주 재무장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이후 촉발된 시장 불안 상황에서 한국이 차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국이 마련한 구조개혁 방안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G20의 성장전략은 한국의 3개년 계획과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 개혁에 좀 더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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