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88 서울하계올림픽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서울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를 기다리던 전 세계인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웬 백발의 노인이 성화를 오른손에 움켜쥔 채 경기장에 들어선 것. 그 주인공은 바로 故 손기정 옹. 일제 치하 안에 참가했던 1936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손기정 옹이 일본의 이름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을 가지고 52년 만에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것. 비록 선수는 아니었지만 당시 72세의 손기정 옹이 성화 봉송 주자로 올림픽주경기장에 등장하자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인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만큼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큰 의미를 가진다.
2014 소치올림픽 역시 러시아의 운동선수 중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들의 잔치였다. 가장 먼저 성화를 들고 경기장에 나타난 것은 ‘테니스 여신’ 마리아 샤라포바. 이어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리듬체조 여왕' 알리나 카바예바가 성화를 전달했고 마지막은 '피겨 대모' 이리나 로드니나, '아이스하키 전설'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아크가 함께 경기장 밖에 있는 성화대에 불을 지폈다.
그렇다면 2018 평창올림픽에는 누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게 될까? 물론 4년 후의 일이고 논의된 바도 없는 일이기에 순전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와 같이 체육계가 아닌 선수는 제외하고, 비 동계올림픽 종목의 선수들과 동계올림픽 종목의 선수를 섞는 방식을 택한다면 후보군은 추릴 수 있다.
먼저 박지성이나 차범근 전 감독이 후보가 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의 대표주자인 두 사람은 각기 해외에서 뛰어난 활약과 국가대표업적으로 전 세계가 알아주는 축구스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국민이 힘을 얻었던 사연을 떠올린다면 박찬호와 박세리 역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IMF기간 동안 국민이 힘겨워할 때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에게 힘을 준 선수들로 큰 의미가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의 선수로 꼽으라면 단연 김동성과 김연아가 있을 수 있다. 김동성은 의외로 올림픽 금메달이 한 개밖에 되지 않지만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역사적인 ‘오노사건’으로 전 국민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몇 안 되는 동계올림픽 스타다. 비록 ‘올림픽 2연패’가 좌절되긴 했지만 한국이 낳은 최고의 동계올림픽 종목 스타인 김연아가 빠지면 섭섭하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김연아는 실제로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 그가 빠진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생각하기 힘들다.
축하무대의 주인공으로 싸이나 조수미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만든 음악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히트를 친 대중음악인인 싸이는 대중가요를 많이 끌어들여 호평을 얻었던 2012 런던올림픽을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성악가 조수미 역시 국내 성악인 중 가장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소치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