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외금강호텔 숙소에서 이뤄진 가족별 상봉에서 김용자(68)씨는 어릴 적 헤어진 동생 영실(67)씨를 만나 눈물을 흘렸다.
63년을 그리워한 북녘 딸과의 만남을 보름 앞두고 세상을 뜬 서정숙(당시 90세)씨의 영정사진을 들고서다.
원래는 서 할머니가 상봉 대상자였지만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뒤 갑자기 얻은 심장병으로 지난 5일 수술을 받은 직후 숨을 거뒀다. 남북이 취소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름 후인 20일 열기로 합의한 바로 그 날이다.
서 할머니도 이 소식을 전해듣고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서 할머니는 1951년 가족과 배를 나눠타고 대동강을 건너 피란을 오던 중, 남편과 작은딸 영실이 탄 배가 부서지면서 다른 가족과는 영영 헤어졌다.
같은 배를 탔던 용자 씨는 "생전 어머니는 '우리 영실이 한번 보고 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라며 "수술하기 전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동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더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용자 씨는 전날 단체상봉에서 63년 만에 만난 동생에게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건넸다. 용자 씨는 사진 속 어머니에게 "엄마, 얘가 영실이에요, 잘 보세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끌어안고 오열했다.
용자 씨는 "상봉 전날 어머니 생각에 잠을 잘 못 잤는데 어제 어머니 영정을 동생에게 전해준 뒤 푹 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용자 씨는 이날 동생에게 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준비한 내복과 함께 겉옷과 화장품, 양말 등을 선물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