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인재혁신과 채용-끝] 기업의 혁신에 발목 잡지 말아야

2014-02-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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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ㆍ이재영ㆍ이혜림ㆍ박현준 기자 = 기업이 강한 이유는 언제라도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안 망하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에 강하다.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나라가 무너졌지만 그 나라에 있던 기업은 망하지 않았다. 망하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노력을 한다.

이것이 기업이다.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무사안일하면 죽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것이 경쟁이다. 경쟁이 없다면 사회, 기업, 나라는 망한다. 기업은 경쟁을 싫어하지만 경쟁이 있기 때문에 강해진다. 망하지 않기 위해 혁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진했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에 올리려고 열심히 노력을 했는데 매출도 늘지 않고 수익도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임 후 5년간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고민 하던 그가 깨달은 것은 1980년대 들어 변화가 빨라졌는데 관리만 잘하는 사람만 앉혀서는 변화를 따라 가지 못해 성장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창출할 수 있는 리더를 만들자는 뜻에서 리더십양성센터를 만들었고 센터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오늘날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GE에 있다 나온 사람도 다른 회사에 갈 때 지위가 2단계, 3단계 올라간다. GE에 있던 사람은 그만큼 역량이 있다, 변화의 리더십이 있다, 이런 사람을 모셔오면 회사가 바뀐다는 것을 아는 기업들이 GE 출신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는 입사 후 10년까지 ‘프로 도요타맨’을 만들어 낸다. ‘프로 도요타맨’은 한 분야의 전문분야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제화를 통해 문제 해결능력이 있어야 한다. 주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서 그 문제를 이렇게 풀어내야 한다는 해결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다음 리더십 과제를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의 능력을 갖추면 프로 도요타맨이 된다.

10년이 지나면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에 도요타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계속 끌고 나갈 사람인가,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찾는다. 이를 위해 매년 일정수의 프로 도요타맨을 교육시킨다. 80대 20법칙에 따라 많은 인재중 20%는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이들 20%를 뽑아 교육을 시키면서 더 큰 그릇으로, 더 큰 리더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삼성 출신 인재들을 모셔가는 기업이 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 동부그룹 등 주요 기업 곳곳에 삼성 출신 리더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을 모셔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개인의 수준 높은 능력과 더불어 철저한 삼성의 인사 시스템을 통해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리더십을 배웠기 때문이다. 삼성이 리더십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던 GE가 지금은 삼성의 인사제도를 배우고 있을 정도로 그 수준은 글로벌 기업들도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은 인사제도에 있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은 이러한 경쟁력은 인재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 잘 하고 말 잘 듣는’ 인재가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인재들이다.

이들 인재를 키우는 요람은 결국 학교여야 한다. 삼성이 아무리 뛰어난 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학교를 대체할 수 없다. 의식, 전략적 사고, 열정 이런 것은 바로 학교, 교사, 교수들의 인성교육에서 완성돼야 한다.

삼성의 인사제도는 타 기업에게도 본보기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 채용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는 없다. 학교 교육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개선돼 아래로부터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혁신 인재 양성에 있어 대학의 현 시스템이 기대를 부응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수많은 젊은이들이 삼성을 포함한 일부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1~2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과 지자체 단체장 등은 삼성의 총장추천제를 비난할 시간이 없다. 그럴 시간에 오히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소규모 점원으로 취직하더라도 당당한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인정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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