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함정호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거시건전성정책을 통한 금융안정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이 과거처럼 단기적 물가안정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국민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안정을 위해 시대적 상황이 요구하는 '해야할 일'을 찾아 달라진 정책환경에 걸맞는 정책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장기간 동결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기준금리를 예로 들었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 수준으로 동결하며 9개월 연속 금리를 묶어뒀다.
그는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통화정책이지만, 한은이 이를 유지하면서 물가안정, 금융안정, 경제성장과 고용 증대, 환율안정 등 다양한 역할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도 금리 조정을 할 수 없었다면 정책수단의 부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은의 금리중시 통화정책이 오히려 국내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함 교수는 "한은이 금리의 안정을 중시하고 상대적으로 통화량과 신용량에 대해서는 시장상황에 따른 변동을 허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전체의 유동성 조절 및 조절수단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면서 "결과적으로 과다한 신용창출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가계부채 누적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이를 바탕으로 함 교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정립하는 법적ㆍ제도적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성장 및 고용증대, 소득분배 및 금융포용 등을 명확한 기능과 역할로 정립하고, 일정한 설명책임도 부여해야만 적절한 정책수단의 개발과 활용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정부와의 공조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은이 금융감독당국과 업무협약(MOU) 체결 등 협조체제 구축하고 재정정책과 적극 공조해야 한다"면서 "다만 정책의 동태적 일관성을 지켜 신뢰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저물가 체제에서 물가안정목표제는 정책금리의 신축적 조정이 어려운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제안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을 비롯해 지준부리정책, 자산준비제도, 신용정책수단 등을 연구 대상으로 언급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거시경제에 대한 포괄적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 수행 과정에서 거시분석에 우위를 가지는 데다 최종 대부자로서의 수단도 보유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의 수단의 대부분을 금감원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정책 수행에 있어 금감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한은의 금융안정 추구 행위에 대해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되, 재정상 손실이 가능한 행위에 있어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의 사전 혹은 사후 동의가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