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재의 골프 노하우>(30) 포기하지 말라

2014-02-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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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번 안좋은 샷 나와도 곧 기회온다”



부드러운 스윙으로 호쾌한 장타를 구사했던 ‘왈츠 리듬 스윙’의 대명사 샘 스니드가 무명시절 첫 홀에서 OB를 세 번 내고도 70타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그는 이 때의 교훈을 평생 간직했다. 라운드중 한 두번 안 좋은 샷이 나오더라도 화내지 말고 참고 기다리면 컨디션이 회복되어 기량을 발휘할 기회가 올 것이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퇴역한 군의관인 닥터 스테이블포드는 골프광(狂)이었다. 그러나 라운드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어깨가 축 처지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 이유는 바로 스코어 때문이었다.

이 망할 놈의 스코어 때문에 네 시간동안 골프를 즐기고 온 것이 아니라 기분을 잡치고 온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 됐다. 골프가 사람 기분을 이렇게 망치는 스포츠인가? 아니면 스코어 시스템에 뭔가 잘못된 점이 있는 건인가? 18홀동안 매홀을 항상 잘 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 놈의 골프는 한 두홀만 망치면 라운드 전체 스코어를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짜증이 나니 이것이 정녕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는 운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지만 어쩌랴, 그렇다고 골프를 안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길을 가다가도 스윙자세가 나오고, 서있으면 어느새 어드레스를 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골프 중독 환자인데. 스테이블포드에게 골프는 인생의 전부였다. 그는 골프 실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싱글 핸디캐퍼’가 됐고, 나중에 클럽챔피언까지 되었지만, 더 나은 스코어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그치지 않았다.

‘이글은 4점, 버디는 3점, 파는 2점,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점수 없음’. 이러면 한 두홀 망친다고 기분잡치지 않을 것이다. ‘보기’라도 할 가능성이 없으면 그냥 볼을 집어들고 다음 홀 티잉 그라운드로 가면 된다. 매홀 ‘파’를 하여 18홀을 마치면 36점이다. 12개홀에서 파를 하고 2개홀에서 ‘더블파’를 했더라도 남은 4개홀에서 버디를 하면 18홀 합산 점수는 36점이 된다.

이제 클럽 캡틴이 된 스테이블포드는 친구들과 함께 시험삼아 이런 점수 게임을 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반응들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내어 관철시킬 수 있는 때가 왔다. ‘스테이블포드’로 명명된 이 게임방식은 1932년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 채택됐고, 그 후 영국 전역에서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임방식으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직 겨울이다. 땅이 얼었거나, 눈이라도 와서 녹으면 질척이니 필드 사정이 좋지 않다.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심신의 건강을 챙기고 싶은 골퍼라면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해 보는 것도 괜찮다.

핸디캡이 28인 골퍼를 가정하자. 18홀 중에서 가장 어려운 10개홀에서는 매홀 자신이 친 타수에서 2타를 빼고, 나머지 8개홀에서 1타씩을 빼면, 총 28타를 빼는 셈이다. 따라서 이 골퍼가 그날 정확하게 100타를 치면 28타가 빠지므로 핸디캡을 감안한 스코어는 72타가 되는데, 이것을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풀어보자. 2타를 뺄 수 있는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으면 점수를 위한 스코어는 ‘보기’가 되므로 1점을 얻는다. 1타를 뺄 수 있는 홀에서 ‘파’를 했으면 점수를 위한 스코어는 ‘버디’가 되므로 3점을 얻는다.

이런 식으로 각 홀에서 얻은 점수를 계산해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승자가 된다. 1점이라도 얻을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다음 홀로 가면 된다. 그러면 진행도 빨라지니 캐디도 좋아할 것이다. 볼을 집어 다음 홀로 가면서 “한 두번 안 좋은 샷이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견뎌라”고 한 스니드의 말을 꼭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WGTF 티칭프로, 음향학 박사)
yjcho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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