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끝난 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지난해 12월 28일 방송된 21회를 마지막으로 시청자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던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이하 '응사')에서 삼천포 역을 맡아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던 김성균이 내뱉은 첫마디다. 종영 후에도 밀린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김성균, '응사'는 끝났지만 그는 여전히 바빴다.
"제가요? 아휴, 정우 인기가 대단하죠. 저야 조연이었는데요."
대신 대출금을 일부 갚을 수 있었던 것, 수개월치 생활비를 쟁여 놓을 수 있었던 것에서 달라진 상황을 느끼고 있었다.
"음…, 많이는 아니고요. 조금 벌었어요, 조금. 드라마의 힘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살림이 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 같아요."
지난 10년 동안 묵묵히 곁을 지킨 아내에게 '작은 성공'의 공을 돌렸다. 신랑을 연예인으로 보지 않는 유일한 사람, 아내의 한 마디가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란다.
"그동안 했던 역할 중에 삼천포가 제일 잘 어울린대요.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응사' 속 김성균을 말하자면 걸그룹 타이니지의 도희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는 띠동갑을 넘어 14세 차이인데 극중에서는 오히려 도희보다 어린 캐릭터였다. 둘의 케미(chemistry· 사람 사이의 화학적 반응)는 안방극장을 넘어 현실에서도 회자되곤 했다.
"열네 살 어린 여자연예인…. '대화가 통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죠. 그 전에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현실에서는 열네 살이나 어린 여성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도희를 보면 안절부절못했다는 김성균이 친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었다.
"왜 어른들이 어린 친구들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그럴까' 노파심을 갖잖아요. 그런 기우를 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응사'에서 도희와 호흡을 맞추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어린 친구들를 대하는 법이에요. 어리니까 못 알아들을 거라는 편견만 버리면 됩니다."
'응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 중 하나는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찾기'였다. 시청자는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를 두고 저울질을 했고, 제작진은 '대본 함구령'을 내린 채 시청자와 끝까지 줄다리기를 했다.
가장 먼저 남편 후보에서 제외된 김성균. 일각에서는 출연 분량이 확연히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성균은 대중의 관심을 윤진이와 삼천포의 러브라인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우려요?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남편 찾기의 전쟁터에 엮이지 않을 수 있잖아요. 제외되는 그 순간부터 윤진이와 저만의 알콩달콩하고 풋풋한 사랑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되레 쓰레기와 칠봉이에게 조금 미안하죠. 두 사람은 언제든지 남편이 될 준비를 하고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요. 저는 홀가분했어요."
삼천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연기하다 보면 절로 흥이 돋았다는 김성균. 무슨 짓을 해도 미워 보이지 않는 삼천포라는 '옷'을 입은 덕분에 지난해 연말이 행복했다는 그의 또 다른 '옷'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