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난 22일 만난 정우는 여전히 바빴다. 드라마 촬영 후 잠시 미뤄두었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심적으로 신적으로 여전히 피로하다고 했다. 5년 전 영화 '바람'(감독 이성한) 촬영 당시와 비슷한데 그때보다 나이가 들었으니 체감 피로도는 더 크단다.
정우는 지난달 28일 '응사'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배우들과 눈물의 포옹을 나눈 후 집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피곤하다' 였다. 긴장이 풀리니 피로가 몰려오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정우는 쌓인 피로를 풀 여유도 없이 바로 촬영장에 투입됐다. 각종 광고와 화보 촬영, 예능 프로그램 출연까지.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이 어마어마했다.
"예전에 '바람' 촬영 당시와 비슷했어요. 그때 거의 한 달 정도를 드라마 '녹색마차'와 같이 찍었거든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차에서 자는 쪽잠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팬들의 함성에 육체적 피로를 이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응사'를 하면서 평가가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지적이야 뭐 무수히 많죠. 그런데요. 단역 시절 때부터 칭찬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저 혼자서 받은 칭찬이 아니라는거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달라진 거요? 음... 쉽게 이야기하면 그 전에는 공신력이 없었죠. 지금은 지지를 해주는 분들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아요. 또 감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감사의 크기가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정우는 감독이나 연출의 핀잔, 혹은 꾸중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금세 이겨내려고 한단다. 정우는 스스로를 '이겨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떤 평가에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한다고.
"'바람' 전후로 나뉜 것 같아요. 작품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시기가 과도기였어요. 오춘기라고 해야 할까요?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스스로를 다져왔죠. 소신이 확고해지면서 남의 어떤 말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도약의 발판을 단단하게 다졌다. 지난 10년간 구르고 부대끼면서 다녀온 내공의 크기는 짐작도 어려울 만큼 클 테다. 그리고 정우는 그 바탕에 스태프가 있다고 했다. 연기자랑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스태프와 눈을 맞추고 공유하면서 '연기'한다는 정우의 더 높은 도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