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신권 품귀현상? 세뱃돈도 안풀려…소비여력 '바닥'

2014-01-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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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 최고치에도 여전히 불황

아이들의 ‘세뱃돈’ 씀씀이도 빗장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 속에서도 세뱃돈 등 설 명절 지불비용 준비에 ‘신권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설 명절 기간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어 1·5만원 신권은 호주머니 속에서 굳게 잠겨있을 전망이다.

30일 수도권의 주요 시중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설 연휴 직전 금융기관에 공급한 신권 순 발행액은 5조254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9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각 기업들의 월급 지급일과 설 연휴가 맞물리면서 화폐공급 규모가 늘어난 요인이 크다. 더욱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설 명절을 계기로 소비자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은 신권 방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5만원권 회수율을 보면 전국 평균 49%에 머물고 있다. 5만원권의 회수율이 낮아 설 명절 1인당 신권 지급율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놓고 높아지는 소비자심리지수에도 실질적인 소비수준 위축은 여전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지역 성인 여성 389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지출 비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설 명절 지출 비용은 전년보다 평균 6%가 줄었다.

제수상차림 비용 등 물가가 다소 증가하면서 명절선물준비와 세뱃돈, 여가비용 등을 줄었기 때문이다.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한다는 얘기다. 연봉은 제자리인데 교육비·보육비 치솟고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물가는 예전만큼 못한 이유가 크다.

바닥난 소비여력에 젊은 층을 비롯해 소비여력이 높은 장년층도 지갑을 굳게 닫은 셈이다. 최근 글로벌 물가조사 사이트 액스패티스탄닷컴이 세계 1617개 도시의 패스트푸드 가격, 숙박비 등 5190개 품목 물가를 비교한 결과 서울은 세계 37위로 비싼 곳이다. 아시아권에서만 따지면 서울은 물가 수준이 높은 4위다.

정부는 가계 물가전망과 주택가격, 임금수준 전망이 밝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2월 경기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재계의 입김에 아이들의 ‘세뱃돈’ 씀씀이도 빗장을 걸어 잠글 기세다.

이 밖에도 설 명절 대목의 소비 대상인 외국인 관광객도 경제적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는 “소비자 심리지수를 보면 봄을 얘기하는 등 정부가 내놓는 경기 전망은 낙관적이다”며 “그러나 기업 경기는 매서운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지만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 조차 시장에 풀리지 않는 등 5만원 회수율이 낮은 데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 간 경기 체감 온도차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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