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순현 기자=한중 FTA는 한미FTA나 EU와의 협상과 차원이 달라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란 주장들이 제기됐다.
김우남 민주당 국회의원(제주시 을)은 사회복지 분야에 이어 2번째로 ‘한중 FTA ㆍ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 관해 열린 경청토론회가 지난 29일 오후 NH농협은행 서귀포시지부 회의실에서 개최됐다고 30일 밝혔다.
김우남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FTA 협상 및 국내대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토론회 개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농어업의 피해, 농어업의 회생과 발전이 아닌 퇴보, 농어업인이 일방적 희생을 전제하고 강요하는 FTA에 대한 정부 정책의 문제에 대해서는 질타가 이어갔다.
김 의원은 “지역 경제적 영향을 중심에 두는 협상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며 “농어업 예산의 확대가 수반되지 않는 재탕, 삼탕의 국내보완대책 하나 던져 놓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김재윤 의원도 축사를 통해 “중국과의 FTA는 미국이나 EU와의 협상보다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것” 이라며 “농업분야 뿐만 아니라 수산업 분야의 피해도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이어 “박근혜 정부가 이에 따른 충격을 감내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한중 FTA를 졸속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중FTA에 초민감 품목에 주요 농산물이 포함되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나 희망은 버려라.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날 ‘한중 FTAㆍTPP 협상 동향과 농업부문 대응전략'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초민감 품목에 주요 농산물이 포함되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나 희망은 안 된다” 며 “치밀한 협상전략 및 농업피해 최소화를 위한 국내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지난 1월 중국 시안에서 개최된 제9차 협상에서 중국이 우리나라 주요 민감 농산물에 대해 빠른 개방 스케줄과 위생 및 검역조치의 지역화를 요구했다” 며 “농업 분야에서 상당히 공세적인 자세로 나와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부문 민감성 반영에 어려움 예상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중 FTA를 통해 개방되는 품목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일반품목은 10년, 민간품목은 10~20년, 초민감품목은 20년 이상 개방으로 사실상 양허에서 제외돼 보호를 받게 된다.
임 교수는 “중국은 우리나라가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한 중요 농산물에 대해 최대한 관세철폐외 대신 부분관세철폐(현행관세 50%감축), 계절관세, 무관세 시장접근물량(TRQ)제공을 요구하거나 민감품목(10~20년 관세철폐)이나 일반품목(10년새 관세철폐) 품목으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질타했다.
임 교수는 이어 “중국이 자국산 과일과 축산물 수출을 위해 동식물 위생 및 검역조치(SPS)의 ‘지역화’ 인정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SPS 조치의 지역화’란 가축 질병과 식물 병해충 청정지역을 국가 전체가 아닌 지역 단위로 판단하는 것.
임 교수는 “앞으로 2단계 협상에서 중국 측의 우리 농산물 개방 확대와 SPS조치 지역화 수용 요구에 적극 대응 및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며 “특히 중국이 14개국과 접경하고 있어 우회수입의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해 농산물은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고, 불법 및 남획 어업방지 등 양국간 농수산협력이 FTA 협정문에 반영되도록 추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농업부문 보완대책의 목표달성을 위한 기본방향으로 △이해조정 및 의견수렴 기능의 강화△농업ㆍ농촌 유지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와 공감대 형성 △농가경영 및 소득 안정망 장치 마련 △농업 경쟁력 강화 △농식품 수출증대를 꼽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시 한ㆍ중 FTA의 악영향은 불보듯 뻔하다
임 교수는 “TPP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12개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진행 중” 이라며 “협상참여 12개국은 세계 GDP의 38%, 세계교역의 28%를 차지하는 또 다른 거대 경제권 탄생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TPP의 기본적인 목표가 모든 상품의 예외 없는 관세철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요 농산물의 관세철폐 예외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며 “관세철폐 기간을 원칙적으로 10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기존 회원국들은 대부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되기 전 우리가 TPP에 참여할 경우 비참여국인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농수산 민감품목 보호를 위한 협상전략 구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며 “TPP 협상을 통해 우리가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 자유화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은 최소한 그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우리에게 요구할 것이므로 현재 2단계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에서 우리 취약품목의 민감성 반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TPP 가입시 SPS관련 규범제정으로 우리나라 현행 SPS 제도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보다 SPS 조치의 신속처리절차(RRM)와 TPP내 분쟁해결절차, 그리고 지역화인정관련 이행규정 적용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1차산업 본질적 가치와 지역특성 고려한 협상전략 마련해야
이어 허창옥 제주도의회 FTA대응특위 위원장은 ‘한중FTA 등 자유무역협정과 제주’란 발제를 통해 실태를 진단했다.
허 의원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자료를 근거로, FTA로 인한 감귤산업 피해 예상액은 한미 FTA 의 경우 15년간 누적 9589억원, 연간 639억원의 피해 예상되며, 한중 FTA 발효시 10년간 누적 피해액 최소 1조624억원에서 최대 1조5,969억원으로 추정했다.
또 연관산업을 포함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10년간 2조 683억원에서 3조1087억원 정도로 크게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허 의원은 이어 “채소류 조수입의 94%를 차치하는 월동무,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감자, 양파, 마늘 등의 제주 7대 품목에서 예상되는 피해 역시 심각하다” 며 “채소류는 1개 품목이 무너지면 균형상실로 연쇄 붕괴가 우려됨으로 제주 월동채소 산업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월동채소 피해예상액으로 연간 5500억원, 직접피해 3000억, 간접 2500억으로 분석했다.
허 의원은 “수산업 역시 위기에 놓일 것으로 내다보이는 한중 FTA 협상에서 불법조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며 “원양불법어업(IUU)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실효적 처벌, 분쟁해결 메카니즘, 관리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반드시 FTA 협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의원은 이어 “상당수의 품목이 점진적으로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자유무역협정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며 “농민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최소생계 보장제도나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도와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적 특성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제주지역의 경우 농어업비중이 타시도보다 8배 이상 차지하고 있고 도내 총 생산의 18.4% 차지하고 있다” 며 “1차산업이 제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꼬집었다.
또 “우선 1차 산업의 본질적 가치를 이해해야 하는데, 농업분야의 목소리를 단순한 산업 간의 갈등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며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서 1차 산업과 농촌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의견수렴은 없고 정부의 FTA 홍보활동만 눈에 띈다"며 "협상의 주요사항이 비밀주의로 일관되는 현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특히 감귤의 계절관세 적용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한미FTA 발효 첫해에 오렌지 수입량이 30% 증대하고 감귤류 생산액은 16%나 감소했다.
만일 감귤이 한중FTA에서 계절관세 품목이 될 경우 제주농가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양허제외 관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