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출된 일명 ‘캠버전’은 일반 불법 유출 영상들과 달리 화질과 음질이 조악하다. 한 번 투사된 영상을 다시 카메라에 잡아 화질은 선명하지 못하고,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는 옷가지에 스치며 잡음이 녹음된다. 그래도 화제의 영화를 대가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일반 웹하드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쉽사리 유출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토렌트이다. 토렌트는 가늠하기 힘든 일반 네티즌들이 하나의 파일을 쪼개 나누어 다운받는 형식인 P2P, 즉 사람 대 사람으로 전송하고 다운 받는다.
<변호인>은 달랐다. 최초 캠버전이 유출된 것이 10일이고 영화사 측에서 방어에 나선 시점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 두 다리 건너 지인을 통해 “<변호인>의 캠버전이 유출된 것 같다”고 제보를 했기에 발빠른 대처가 가능했다.
<변호인>은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상식’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해 알려준 지인부터 수십, 수백 명의 영화인들이 공들여 만든 영화에 대한 예의로 다운받기를 사양한 네티즌의 상식이 더해져 영화가 지켜졌다. 성숙해진 우리 사회와 시민의 상식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변호인>이 2014년 첫 1000만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