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아메리칸 드림과 추방 사이

2014-01-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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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은 받아 들이는 주체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미국인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계급 사회에서 경제적 번영을 이루고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에서의 삶을 가리킨다.

반면 외국인들이나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란 미국에 정착해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경제적인 풍요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한 비자를 얻으려고 미국 대사관 문지방이 닳도록 줄을 서고 심지어 불법으로 국경의 철책을 넘고 있다.

갖가지 수단으로 국경을 넘다 적발되거나 예기치 못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는 기사는 미국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일부 한인들도 자녀 교육을 위해 학생 비자를 받고 미국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 앉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얻지 못했기 때분에 소위 말하는 ‘불체자(불법 체류자)’가 되고 만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이민법이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위반자를 처벌한다. 미국의 경우 해마다 수없이 많은 불체자들을 추방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5년 동안 외국인 190여만 명이 추방됐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0월부터 2013년까지 총 36만8644명이 추방됐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첫 해였던 2009년 회계연도 이래 총 195만8095명이 추방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추방된 외국인의 98%가 중범죄 이민자와 상습 이민법 위반자, 밀입국자"라고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하루 평균 1122명꼴로 추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8년 동안 추방한 수보다 많은 것으로 지난 1892년부터 1997년까지 105년 동안 미국에서 추방된 불체자 수와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국토안보부가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 뿐만 아니라 단순 불체자까지 추방시키고 있다"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계속해서 밀려오는 이민자(불체자 포함)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2009년부터 매일 전국 250여곳 이민구치소들에 3만4000명을 의무적으로 수감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구치소 침상 의무할당’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침상을 채우기 위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과 체포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현재 이민구치소 수감자의 3분의 2 이상은 경범죄나 단순 이민법 위반자들"이라고 주장한다.

'불법 체류도 위법이니 구치소에 수감하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 됐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소위 먹고 살기 위해 미국으로 들어온 것인데 너무 하는것 아니냐는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경범죄나 단순 이민법 위반을 적용해 구치소 침상을 채우는 행태는 미국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정해진 법 테두리 안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행복 추구가 조금이나마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사회 제도권의 융통성과 아량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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