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온 사진작가 김아타 "도덕경이 솜사탕이 되었다"

2014-01-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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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아트프로젝트에서 9일부터 개인전..'온에어 프로젝트' 완결편 전시

 

사진작가 김아타. 사진=313아트프로젝트 제공.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아타(58)가 국내에서 6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김아타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국제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주목 받는 대표적인 한국 사진작가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그의 본명은 김석중. '나는 너와 동등하다'는 의미를 담아 '아타(我他)'라는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이름처럼 존재하고 사라지는 것의 경계를 지워버림으로써 권력과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무화(無化)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김아타의 개인전  ‘RE-ATTA: Part I - On-Air’ 전이 서울 도산대로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오는 9일부터 열린다. 313아트포젝트는 김아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위해 2년간 3부에 걸쳐를 이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1부는 김아타가 작가로서 주목을 받게 해준 대표적 시리즈인 ‘온 에어(On-Air) 프로젝트의 완결편을 선보인다.

 도시를 찍은 ‘8 hours 시리즈’, ‘인달라(Indala) 시리즈’, ‘아이스모놀로그(Ice Monologue)’ 시리즈를 모두 전시한다.

 ‘8 hours 시리즈’는 뉴욕, 베이징, 뭄바이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특정 장소에서 조리개를 8시간 열어둔 채로 사진을 찍어서, 움직이는 것들이 다 사라진 유령도시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것이다.

‘인달라 시리즈’는 수백에서 수만 장의 사진을 중첩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낳는 것으로, ‘온에어 프로젝트’의 대미다. ‘인달라’는 ‘인드라넷’과 같은 말이다.


인달라 시리즈’는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담겨 있는 대표작이다. 논어(1만5817자)와 노자 도덕경(5290자), 반야심경( 260자)의 글자를 한자씩 모아 이를 하나로 포개거나 모딜리아니, 칸딘스키 등 서양미술사 대가의 작품을 중첩했다.

3일 파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아타는 "(작품이) 동시대의 타임캡슐이 돼 나중에 다시 열었을 때 그 도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완전히 도시에 빠져 작업했다"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인달라 시리즈'는 만물은 다 얽혀 있고 상관 관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색 모노톤으로 보이는 ‘인달라 시리즈’에는 논어, 도덕경, 반야심경 등 경전의 글자 하나하나등 세계 주요도시의 이미지를 수백 장에서 수만 장 중첩해있다.

 

 
 노자 도덕경의 5290자를 한 자, 한 자, 하나씩 포개어 놓은 '인달라 시리즈'는 아무 것도 없는 추상화가 됐다.

김아타는 “세상의 이치를 다 담고 있다는 도덕경이 솜사탕이 되었다. 나는 비로소 천근 무게의 도덕경에서 해방 되었다”며 통쾌해했다.

 뉴욕을 촬영한 1만컷의 사진을 중첩했다는 이미지도 마찬가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것이 뭉개지고 통합된 회색 모노톤으로 생성됐을 뿐이다.


수많은 개체가 하나로 포개지며 원래 실체를 알 수 없는 추상화 같은 이미지로 남아 각자의 정체성을 잃는 듯하지만 실은 각각의 정체성을 가진 채 관계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제 작업의 핵심은 빛에서 색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색에서 빛을 찾는 겁니다. 즉, 사물에서 본질을 찾는 것이죠."

 

 

 
 그의 또다른 대표작 ‘아이스 모놀로그’도 전시된다.  ‘영원’을 상징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조형물들을 얼음조각으로 만들고 그 조각이 녹아 들어가는 과정을 촬영했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1/15 크기로 얼음으로 재현했다. 석 달동안 얼음조각을 만들고, 그 웅장한 조각이 녹아 들어가는 한 달 동안의 과정을 지켜보며 사진으로 담았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피라미드, 부처, 병마용, 마오 등이 얼음 조형물로 만들어졌다가 녹아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촬영했다.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다시 물이 되는 당연한 과정이 아이스 모놀로그에 장엄하게 펼쳐진다. 인생은 메트릭스다.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이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결국 사라진다’와 같은 수많은 생각을 스치게 된다.  있음과 없음의 구분이 결국 의미 없다는 깨달음을 주면서 '비움'의 철학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시장에는 대작과 소품을 합해 40여점 정도가 전시된다.  오는 3월에는 그의 작품관과 고민 등을 담은 에세이집 '길이 아니라서 간다'도 출간할 예정이다. 1부 전시는 2월7일까지. (02)3446-3137.

 

사진작가 김아타./사진=313프로젝트 제공


김아타=1956년 거제에서 출생했다. 세계적 권위의 사진집전문출판사인 뉴욕의 Aperture Foundation에서 한국인 최초로 2004년에 사진집 ‘The Museum Project’를 발간(2004)했다.  2006년에 뉴욕의 세계적인 사진미술관인 ICP(International Center for Photography)에서 동양인 최초로 개인전을 하면서 세계 사진의 역사에 들어갔다. 1991년부터 5년간 진행했던 '해체' 연작, 지난 2002년까지 이어진 '뮤지엄' 시리즈는 인간을 박물관 유물처럼 유리박스에 담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되물으며 세계 사진계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면서  작품은 사진임에도 1억원을 호가했고, 지난 2007년에는 빌 게이츠가 그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2002년 제25회 상파울루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가했다. 2009년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초청 특별전, 2008년 리움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현플라토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은 빌게이츠의 Microsoft Art Collection, 휴스톤 미술관, LA카운티 미술관, 후드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선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313아트프로젝트= 2010년 6월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소피 칼, 토니 아워슬러, 자비에 베이앙, 애슐리 비커튼, 랄프 플렉, 길버트&조지, 빅뮤니즈, 에릭 불라토프,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존 케슬러, 에나 스완시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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