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본격적인 보폭 확대나서…불편한 해운업계는 ‘유구무언’

2013-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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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해운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바라보는 해운업계의 시선이 복잡하다.

국내 해운업체들이 장기침체로 인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모기업 물량을 통해 사업 규모를 확장한 현대글로비스가 제3자물류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31.9% 지분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43.3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기아차 그룹의 계열사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3자물류 해운업체들은 이르면 올해 안이나 내년 초 해운업계의 입장을 모아 현대글로비스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와 만나 “조만간 한국선주협회 차원에서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정리해 현대글로비스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한국선주협회 소속 회원사인 만큼 해운선사들의 입장은 비공식적으로 전달될 전망이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내용의 건의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6일 서울 엘타워에서 20억원을 단독 출연해 중소물류업체를 지원하는 ‘물류산업진흥재단’을 출범시켰다.

앞서 지난 10월22일에는 ‘2020년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사업 비전’을 통해 벌크를 중심으로 해운업 부문의 사업 확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현재 50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100척으로, 20여척인 벌크선은 20배인 400여척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6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4.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해운업계 1위 한진해운은 영업손실 210억, 2위 현대상선은 영업손실 4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 역시 두 기업 모두 7.2%, 14.16% 각각 감소한 반면 현대글로비스만이 9.7% 증가하며 ‘나홀로 성장’을 기록했다.

문제는 현대글로비스가 3자물류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인력과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STX팬오션의 배선령 전 사장이 현대글로비스의 고문으로 취임했다가 최근 좋지 않은 여론 등으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배 전 사장이 팬오션에 있는 인력 10여명을 함께 데리고 가 팬오션의 벌크물량을 글로비스로 돌리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문제 등이 아마 업계에서 좋지 않게 비춰진 져 고문직에서 물러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같은 문제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지난 16일 물류산업진흥재단 출범식에서 “내년에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최악을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에 특별이 언급할 이야기가 있겠느냐. '유구무언'이다”면서도 “다만 다른 해운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면 향후 다른 3자 해운선사 들이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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