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전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개인의 일탈이 계속되는 한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서 고객 대출정보 13만여 건이 유출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직원의 실수나 외부인의 해킹에 의해 발생한 게 아니라, 외부 재위탁 계약업체 직원 등이 문서 출력과 이동저장장치를 사용해 의도적으로 고객정보를 빼돌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금융당국은 SC은행과 씨티은행에 대해 자체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사건과 관련된 임직원을 중징계 할 방침이다. 은행 뿐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올해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에서 각각 16만건에 달하는 고객정보가 빠져 나간 것이다. 한화손보의 경우 시스템 관리 부실 탓에 특정인의 해킹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됐으며, 메리츠화재의 고객정보 유출은 내부 직원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20일에는 여러 금융사에서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3·20 전산대란’으로 불릴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전산사고에 연루된 농협중앙회,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신한은행, 제주은행을 상대로 부문검사를 실시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금융권을 크게 흔든 사건은 지난 9월께부터 불거진 '동양그룹 사태'다. 그룹의 부실을 알면서도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막무가내로 팔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지난 달부터는 국민은행에서 부실ㆍ횡령ㆍ비리 등의 혐의가 포착돼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이 과다 수취한 대출이자 환급액을 금융당국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로 인한 금융사고가 연말까지 끊이지 않자 금융사들도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개인들의 도덕적 재무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보안 시스템을 잘 갖춘다 해도 개인이 실수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일탈을 한다면 금융사고를 원천 차단하긴 힘들 것"이라며 "회사 차원의 교육 및 관리 강화도 필요하지만, 각 개인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