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One for One) 기부'로 유명한 신발브랜드 탐스(TOMS)의 이야기다.
지난 2006년 미국의 한 청년이 세운 이 작은 회사는 창립 초기 좀처럼 이름을 알리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브랜드의 철학과 뜻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지난 여름 기부한 신발이 1000만 켤레를 넘어섰다. 거꾸로 말하면 탐스 신발이 1000만켤레나 판매됐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사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다.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또 그 기업들은 소비자들에 더 빨리 더 많이 다가가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유행의 최첨단에서 가장 신속하고 영민한 제품을 선보여야 할 패션업계는 이러한 트렌드에서 다소 비껴나 있다. 차라리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게 바른 표현일 듯 하다.
매년 겨울이면 패션업계가 사활을 거는 다운재킷 전쟁이 그 좋은 예다. 업체로서는 가장 '핫'한 아이템인 다운재킷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해외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는 디자인과 로고가 흡사한 짝퉁 제품까지 덩달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본사에서 법적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이는 비단 한 업체의 도덕성 상실이나 국내 패션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전 세계의 유명 브랜드들이 자신들만의 인사이트를 구축하는 동안 나름의 철학도 비전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지 못한 채 유행과 거대담론만 좇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가 소위 '돈 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비판하긴 힘들다.
하지만 광산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구축해 영원불멸한 패션아이템으로 거듭난 과정을 국내 패션업체들은 다시금 상기해 봐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