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법적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가칭)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정미화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과 김진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금융산업발전과 감독체계 및 정책방향' 분과 토론회를 통해 각각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정 변호사는 2001년 상호신용금고 대주주 대출사고,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론스타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올해 발생한 동양증권 및 국민은행 사태 등 사례를 열거하며 이는 모두 금융감독의 부실과 기능제한, 불투명성, 업무 해태 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감독 실패에 대한 원인으로 제도와 감독자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감독 업무수행은 권장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시책은 제도화돼 있지 않다"면서 "이는 피감독기관에 의한 로비나 비리적 접근을 유인하는 본래적 문제점을 도출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직원의 퇴직 후 피감독기관으로의 전직, 유관기관 간 직원 교류 및 낙하산 인사 등도 감독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 변호사는 "금융감독참여자를 이해관계자 다수로 하고 감독참여 및 관여를 위한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예보와 한은, 금융소비자원 등에 제도적 감독권을 보장해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개별적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에는 예보, 체계적 위기 시에는 한은과 금감원의 병렬적ㆍ경쟁적 감독권을 확충해 감독권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문제 처리를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원을 신설하는 한편, 소비자나 시민단체에게도 특별감독청구 및 감독절차 참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김진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시스템리스크의 효율적 측정을 위해 가칭 '금융안정위원회' 도입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법상 협력의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경제금융대책회의, 위기관리대책회의, 국민경제대책회의, 외환시장안정협의회 등의 각종 회의체의 효과가 미흡하고 민감한 자료는 공개를 꺼리는 기관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협업이 잘 되지 않아 시스템리스크 측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은과 감독당국 등 기관별로 보유한 정보 우위의 차이도 리스크 측정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가 제안한 금융안정위원회는 금융감독기구와 한은, 기획재정부, 예보가 참여해 평상시에는 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고, 위기 시 경제부총리가 의장을 맡는 구조다.
그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한은이 주도해 시스템리스크 관리 및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행하되, 금융감독기구 및 예보 등 관련 기관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은 필수적"이라며 "형식적 기구가 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갖춰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고, 회의녹취록 또는 소수의견을 함께 공시해 시장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조화, 한은의 독립성 문제 등은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할 필요성이 등장했다"고 덧붙였다.